[일사일언] 올림픽 정신과 황금 여성
18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를 창설한 쿠베르탱(1863~1937)은 근대 올림픽 경기를 1896년 아테네에서 부활시켰다. 파리에서 처음으로 개최하고 싶었지만 종주국인 그리스에 양보했다. 정원 디자이너 입장에서 볼 때 고대 올림픽은 정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운 교육 장소 ‘리세움’에는 도서관과 함께 정원이 있었다. 이 정원은 올림픽 경기를 위해 학생들이 몸을 단련했던 곳이었다. 진정한 공부란 몸과 정신이 건강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 개막식 중계를 보다가 무릎을 쳤다. 프랑스를 빛낸 황금 여성을 소개하는데 식물학자 잔 바레(1740~1807)를 소개했다. 잔 바레는 최초로 세계 일주에 성공한 여성이다. 생물학자 필리베르 코메르송(1727~1773)의 조력자로 아메리카 대륙의 식물 6000종을 발견했다. 바레는 탐험선에서 남장으로 지내며, 다리를 다친 코메르송을 대신해 식물 채집을 담당했다. 여성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선원과 토착민의 폭행을 당하기도 했지만 바레는 끝내 배에서 내리지 않고 연구를 계속했다. 바레의 흔적은 감자과의 식물 ‘바레티애(baretiae)’라는 이름으로도 남아 있다. 바레가 명명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식물 부겐벨은 탐험선의 선장이었던 루이 드 부겐빌(1729~1811)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센강에 황금색으로 솟아오른 잔 바레를 포함해 황금 여성 동상을 올림픽 대회가 끝나도 파리의 곳곳에 존치할 것이라고 한다. 쿠베르탱은 자신이 복원한 올림픽의 정신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중요한 건 이기는 게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가 제자들에게 정원에서 몸의 단련을 가르치며 전하려 했던 메시지, 잔 바레가 험한 탐험선에서 식물 공부를 이어 갔던 열정, 승패에 상관없이 잘 싸우라는 쿠베르탱의 교훈이 모두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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