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 명문 악단 이끄는 두 악장… 평창서 원팀으로 연주 나선 ‘두 지윤’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2024. 7. 2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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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이지윤 평창음악제 참가… 개·폐막 연주 악장 맡고 협연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왼쪽)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박지윤. 유럽 명문 악단에서 악장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만났다. /평창대관령음악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국립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은 독일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문 악단들이다. 두 악단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한국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악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39)씨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이지윤(32)씨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악장을 맡고 있다. 지휘자가 악단의 ‘담임 선생님’이라면, 악장은 ‘반장’과도 같은 역할이다.

유럽 양국의 명문 악단들을 이끄는 ‘두 지윤’이 강원도 평창에서 만났다. 지난 24일 개막한 평창대관령음악제에 나란히 참가한 것이다. 평소 악장들은 스포츠 팀의 ‘주장’처럼 같은 팀에서 뛸 기회는 드물다. 하지만 이들은 개막 연주회와 8월 3일 폐막 연주회에서 각각 악장을 맡는 한편, 8월 1일에는 ‘평창 드림팀’이라는 이름으로 실내악 무대에도 함께 선다.

일곱 살 차이인 이들은 바이올린을 처음 배운 스승이 같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름과 연주를 들으면서 자랐다. “저와 이름도 같은 지윤 언니가 프랑스로 유학 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키웠죠”(이지윤). “초등생이었던 지윤이가 언니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연주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해요.”(박지윤).

15세에 홀로 프랑스 유학을 떠난 박지윤은 19세에 티보 바르가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11년 프랑스 페이 들라루아르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거쳐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에 입단했다. 이지윤 역시 2013년 오이스트라흐 콩쿠르, 2016년 닐센 콩쿠르 등에서 잇따라 우승한 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 들어갔다. 둘은 ‘상대 팀’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박지윤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짙고 깊은 현악 사운드”, 이지윤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섬세하면서도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 목·금관”을 각각 높이 평가했다.

입단 당시부터 이들은 ‘악단의 첫 동양인 악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김재원(프랑스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 등 한국 출신의 악장과 수석 연주자들도 꾸준하게 늘고 있다. 박지윤은 “정명훈의 지휘, 조성진·임윤찬 협연으로 연주하면 프랑스 동료들에게 ‘한국의 밤’이라는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지윤은 “최근 유럽 악단의 단원을 선발하는 오디션에서 1차를 통과한 3분의 2 정도는 한국 연주자들”이라고 했다. 유럽 본고장에서도 한국 클래식의 저력을 실감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소속 악단의 연주회가 없을 때면 국내외에서 협연과 실내악, 객원 악장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이들은 “오케스트라는 나 자신만이 아니라 동료들의 연주를 듣는 일에서 출발한다. 그렇기에 오페라·실내악·현대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하면서 귀를 여는 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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