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vs랜드마크] 진주처럼 영롱한…시드니와 부산 오페라하우스
1973년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완공되자마자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널리 알려진 랜드마크 건물이 됐다. 그 당시는 건축물이 사각형을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이었는데, 갑자기 돛단배 같기도 하고 조개껍데기 같기도 한 곡선형의 멋진 건물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건축의 가능성을 새롭게 인정하기 시작했다.
건설 난관 뚫고 이뤄낸 명작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1958년 네덜란드의 젊은 건축가 예른 웃손이 작품을 출품했으나 예선에서 탈락했는데, 뒤늦게 참석한 심사위원장인 에로 사리넨이 웃손의 곡선형 작품을 발견하고 당선작으로 뽑았다. 사리넨은 현재 공항 호텔로 이용되는 미국 뉴욕 JFK공항의 TWA터미널 건물을 설계한 인물이다.
웃손의 곡선형 지붕은 당시 전 세계에서 한 번도 지어진 적 없는 구조물로, 지붕 공사를 어찌할지 모르며 몇 년을 허비한 가운데 웃손은 그 책임을 지고 쫓겨났다. 완공까지 공사비는 14배나 증액되고, 공사 기간은 4년에서 14년으로 연장됐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참석한 준공식에도 웃손은 결국 초대받지 못했고, 평생 건물의 실물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널리 쓰이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와 프리텐션 구조라는 특수구조법을 적용해 제작한 돛단배 모양의 지붕은 요트의 넓은 돛이 간단한 폴 하나로 지지되듯이, 건물의 양쪽 두 군데에서 지지를 받으며 하늘로 뻗어 있어 넓은 바다의 수평선과 대조되며 조각물처럼 날렵한 느낌을 준다. 곡선형 지붕은 전면에서 보아 두 개가 쌍을 이루고, 옆에서 보면 앞으로 세 개 그리고 뒤로 한 개가 높낮이를 맞추며 조형미를 한껏 뽐낸다. 지붕의 표면은 흰색 자기질 타일로, 널리 트인 시드니항 바다의 강렬한 햇빛을 반사하며 마치 진주가 영롱하게 빛을 발하듯 아침저녁으로 오묘한 다른 색상을 내비친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국경일이면 조개껍데기 모양의 공연장 앞 계단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야외 공연을 즐기는 곳이고, 시드니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자부심을 주는 상징적 장소이며, 관광객에게는 낭만적인 추억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건물 외관의 상징적 가치
50여 년 동안 전 세계의 유일무이한 대작으로 명성을 이어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지만, 그 어려웠던 건설 과정을 돌아보면 최근 부산 오페라하우스를 둘러싼 건설 공법 논쟁이 연상된다. 2012년 현상설계를 통해 당선된 부산 오페라하우스는 ‘환경에 대응하는 태도를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건축 철학으로 하는 스웨덴의 건축사무소 스노헤타가 설계했고, 2018년 착공해 원래는 2022년 완공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예산 확보, 건물 활용 방안 등에 제동이 걸리며 늦어지더니 최근 건물 외부 곡면형 유리창 부분에 공법을 적용하는 데 대한 어려움으로 준공이 4년 연기됐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곡면 지붕 타일이 진주알처럼 반짝거렸다면, 부산 오페라하우스는 바다를 마주한 조개가 입을 열고 그 안의 진주가 영롱한 빛을 발하는 이미지가 연상되도록 디자인됐다. 말 안장처럼 3차원 곡선으로 휘감긴 중앙부의 곡면형 유리가 그 역할을 한다. 다양한 각도의 낱개로 만들어진 유리창을 통해 햇빛과 바다에 비친 빛을 시시각각 반사하며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랜드마크 건물로 설계된 것이다.
오페라하우스이니 오페라만 볼 수 있으면 그 건물의 효용이 충족된다고 여길 수 있지만, 오페라를 ‘본다’는 의미와 오페라를 ‘보러 가는’ 과정의 의미 차이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1800석의 오페라하우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1년에 많아야 5만 명 정도 되겠지만, 부산 외항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 등 이 건물을 바라보게 될 사람은 수백만 명에 이를 것이다. 이들은 건물 외관에서 풍겨 나올 상징적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둘 것이다.
2008년 롯데그룹의 건립 후원금 1000억원을 시작으로 부산시민의 문화 활동을 진작하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비견되는 부산항의 명소를 만들자는 의욕으로 추진한 부산 오페라하우스. 여러 이유로 준공이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더 좋은 결실을 맺어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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