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한민국] 전국서 학생 많은 초등학교 1·3·6위가 충남 천안에 있다

최준영·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4. 7. 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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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하경

지금 50대 이상이라면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하던 2부제 수업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폭증하는데 교실이 부족하다보니 나타난 현상이었다. 1978년 11월 15일 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2부제 이상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는 6426개교였다.

46년이 지난 2024년 6월 기준으로 전국에는 총 249만4934명의 학생이 6032개의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학생 수가 많은 학교는 2192명이 재학 중인 충남 천안시의 아름초등학교이다. 전국에서 학생 수가 많은 순서대로 ‘톱10 초등학교’를 골라보면 천안에 위치한 학교가 1, 3,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인구 65만 명의 천안시에 이렇게 대형 초등학교가 몰려 있는 이유가 여럿 있다. 신도시의 좋은 생활여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 가격 그리고 주변의 풍부한 일자리가 젊은 부부들을 끌어들였다. 학생 수 상위 20개 초등학교로 범위를 넓혀 살펴봐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충남 천안, 인천 서구, 충남 아산, 수원 영통, 경기 김포 등의 대규모 초등학교들은 수도권 서남부와 충남 북부 지역에 일자리와 사람이 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상적으로 수도권은 서울·경기·인천 등 3개 광역자치단체를 포괄하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수도권은 KTX와 수도권 전철 그리고 고속도로를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충남 북부 4개 지역인 천안, 아산, 서산, 당진은 이미 수도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매일 극심한 혼잡을 겪고 있는 서해안고속도로의 서해대교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충남 홍성에서 화성 남양을 연결하는 광역철도인 서해선이 오는 10월 개통되면 충남과 경기 남부는 더욱 긴밀하게 연결된다.

그래픽=김하경

평택, 화성, 천안, 아산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남부지역을 다니다 보면 끊임없이 들어서는 공장들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낮은 구릉지 대부분은 빼곡하게 공장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도로는 건설장비와 물류 트럭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공장의 5.8%에 해당하는 1만2483곳이 화성시 한곳에 몰려있을 만큼 수도권 남부는 급속히 바뀌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전국에 등록된 공장 21만3215개 가운데 경기도(35.8%)와 인천(6.5%) 그리고 충남(5.6%)을 합하면 전체의 48%에 이른다. 제조업의 축이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에서 수도권과 인접 지역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발전은 인구와 자본 그리고 지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집적된 곳에서 나타난다. 또한 일단 시작된 발전은 새로운 발전을 더 가속화한다. 공간적으로 보면 여러 지역이 유기체처럼 상호작용할 경우 변화는 계속 이어진다.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이후 5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수도권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으로의 집중과 확대가 계속되는 것은 정책의 전제와 목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수도권의 확산이라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많은 제도들은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개발을 억제하다 보니 공장들은 기반시설이 갖춰진 산업단지가 아닌 곳에 개별적으로 들어선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겨냥한 원룸이나 다세대주택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조성된다. 당연히 대중교통, 공원 등의 도시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좁은 도로는 차량으로 넘쳐난다.

물론 산업단지 및 주택공급을 위한 택지 조성도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행정구역과 관계없이 사람들과 자본은 이동하지만 관리 및 계획을 위한 시스템은 여전히 행정구역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도시권 발달로 인한 서비스 공급 범위의 광역화, 생활권과 행정구역 불일치가 증가하고 있지만 대응이 미흡하다. 일자리는 있지만 좋은 생활여건이 갖춰지지 못하면서 집적에 따른 효과 대신 혼잡만 유발되고 있다.

2019년 확정된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년)은 글로별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수도권에 첨단산업 및 혁신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역특화 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철도 중심의 광역급행교통망을 확충해 내부 이동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계획의 방향 자체는 옳지만 여전히 행정구역 단위로 설정된 공간적 범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발표된 총투자액 622조원의 메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필요로 하는 대규모 전력과 용수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충남, 강원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공간 범위의 계획의 수립과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는 부족한 상황이다. 행정구역은 면(面)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람과 산업은 선(線)으로 이동하면서 뻗어나간다. 이들 간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수도권 남부와 충남 북부를 연결하는 권역은 대한민국 미래가 걸려있는 지역이 되고 있다. 이 지역을 미래 제조업의 중심지로 만들면서 동시에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모두가 ‘서울로 가자!’를 외치고 있다. 극심한 서울로의 편중이 나타나고 있다. 모든 지역을 다 똑같이 발전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수도권 내에서 서울과 비교적 거리가 먼 지역을 살기 좋게 발전시키는 것이 지나친 서울로의 쏠림을 완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21세기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은 이제 수도권 남부와 충남 북부라는 공간에서 미래를 위한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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