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식칼럼] 인구위기와 베이비붐세대 딜레마
美·유럽 발빠르게 정년연장 도입
국내도 고령인구 비중 급속 증가
정년연장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베이비붐세대는 전쟁 후 일시적으로 많이 태어난 세대로, 유럽, 미국,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한국은 6·25전쟁 이후에 발생했다.
한국 베이비붐세대는 외국과 차이가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경우 전기 베이비붐세대(1946∼55년 출생)가 후기 베이비붐세대(1956∼64년 출생)보다 규모가 큰 관계로 전기 베이비붐세대 은퇴 시 노동자 손실이 대규모로 발생했다. 이에 미국과 영국이 정년에 제한이 없는 ‘정년선택제’를 도입했고, 독일과 스페인 등은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했다. 일본의 베이비붐은 적극적인 인구증가억제정책으로 1947∼49년의 3년 만에 끝나고, 이후 출산율이 급감했다. 그 영향으로 고도 성장기에 성장주도 산업을 이끌었던 베이비붐세대 즉, 단카이세대가 2007년부터 은퇴하기 시작하자 노동력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고령자고용확보 조치’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했고, 이어서 70세로 연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 그리고 일본의 경우 베이비붐세대 정년퇴직 후 바로 노동절벽이 발생함에 따라 고령자 고용연장을 위한 사회개혁이 단행되었다.
한국은 중·후기 베이비붐세대(1964∼74년 출생)가 전기 베이비붐세대(1955∼63년 출생)보다 더 많은 관계로, 전기 베이비붐세대가 2015∼23년 60세 정년퇴직을 해도 노동력 부족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청년층 일자리 부족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정년연장을 위한 사회적 시도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국 고령인구는 노후 사회보장이 미흡한 데다 만혼, 만산, 늦은 자녀양육 등 생애주기 지연으로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후기 베이비붐세대 모두가 정년퇴직을 하는 2034년쯤에는 미국, 일본 등과 같이 노동력 절벽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2018년부터 0명대로 진입한 출산율은 향후 회복한다고 할지라도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인구위기를 해소할 수준까지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미래 인구위기를 극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출산율 회복뿐 아니라 총인구 중 다수를 차지하는 고령인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1970년대 초부터 한국사회는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높아져 경제가 성장하는 인구보너스를 누렸다. 이때 주역은 베이비붐세대였다. 2015년부터 시작된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라는 인구오너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베이비붐세대의 역할이 또다시 필요하다.
즉, 베이비붐세대를 포함한 고령인구는 자신의 위치를 피부양자로 한정시키지 않고, 주요 생산주체로서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생산가능인구 붕괴와 초고령화의 인구위기하에서 ‘경험은 국가 미래의 큰 자산인 것이다’. 이를 통해 고령자 스스로 노후보장을 강화하고, 사회의 부양부담을 줄여야 한다.
이제는 정년연장의 사회개혁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단행할 때이다. 2년 또는 3년마다 1세씩 정년을 연장한다면 65세 정년연장에는 향후 10~15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개혁은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평생교육을 통한 고용가능성 제고, 일·휴식 병행 등 일하는 방식 개선 등을 포함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에서의 연령차별을 타파할 필요가 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 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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