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김철중]칭다오 맥주 축제에서 만난 ‘베이징 비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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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중국 칭다오에서 '제34회 칭다오 국제 맥주 축제'가 열렸다.
실제로 중국 사회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얘기하다 보면 빠지지 않는 게 '베이징 비키니'다.
올해로 34회째를 맞은 칭다오 맥주 축제는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일본 '삿포로 오도리 비어 가든'과 함께 세계 3대 맥주 축제로 불린다.
실제 행사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았고, 축제 장소 맞은편의 고급 호텔 역시 외국인이 아닌 중국인 투숙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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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중국 칭다오에서 ‘제34회 칭다오 국제 맥주 축제’가 열렸다. 개장 첫 주말을 맞아 직접 찾아가 보니 그 규모가 대단했다. 축구장 700개 규모의 해변에 맥주 체험 부스 외에도 여러 개의 대형 공연장과 놀이동산까지 만들어 놨다. 어림잡아 수만 명의 인파가 뒤섞여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맥주와 음식을 즐겼다.
상의 탈의 남성과 자욱한 담배 연기
아쉽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대형 실내 부스 안의 ‘기이한’ 풍경이었다. 오후 8시 무렵 총 9개의 대형 부스 중 하나인 ‘칭다오 1903년’에 들어서자 땀 냄새와 메케한 담배 연기가 코를 자극했다. 더 놀라운 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었다. 3000㎡ 규모의 실내를 가득 메운 입장객 가운데 중국 남성의 상당수가 상의를 벗고 있었다. 근육질 몸매도 아니고, 연신 들이켠 맥주로 아랫배가 불룩 튀어나왔지만 몸매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의 탈의 상태’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함께 몸을 흔들어 댔다.
내부는 대형 냉방기로 실내 온도 26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최 측의 설명과 달리 사우나처럼 찜통이었다. 더워서 벗었겠지, 중국의 유흥 문화이려니 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뿜어대는 담배 연기는 도저히 참기 어려웠다. 주변에 여성과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라이터는 반입 금지 품목으로 행사장 입구 보안 검색 때 압수했건만 정작 실내에서 라이터로 불을 붙여 흡연하는 사람을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베이징에 돌아와 중국 현지인들에게 당시 상황과 영상을 보여주며 의견을 물었다. 칭다오가 바닷가와 가까워 남자들이 상의를 벗는 게 익숙하지 않겠냐는 답도 있었지만, “부끄럽다, 창피하다”며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이 많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족한 모습이 아직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중국 사회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얘기하다 보면 빠지지 않는 게 ‘베이징 비키니’다. 중국 남성들이 여름철 길거리에서 상의를 들추고 배를 드러내는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당시 상반신 노출이 비문명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2019년 톈진시는 셔츠를 입지 않고 마트를 돌아다닌 남성에게 48위안(약 9000원)의 벌금을 물려 화제가 됐다. 당국의 노력 덕분인지 최근 베이징에서는 ‘베이징 비키니’가 많이 사라졌다. 베이징에서 보기 힘든 남성들의 뱃살을 칭다오에서 다시 목격하게 되자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세계 축제 되려면 ‘글로벌 스탠더드’ 갖춰야
올해로 34회째를 맞은 칭다오 맥주 축제는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일본 ‘삿포로 오도리 비어 가든’과 함께 세계 3대 맥주 축제로 불린다. 지난해 기준 총 617만 명이 찾아와 2700t의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 축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축제인지는 의문이다. 실제 행사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았고, 축제 장소 맞은편의 고급 호텔 역시 외국인이 아닌 중국인 투숙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뒤 내수 부진 속에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관영매체들은 중국의 고속열차, 스마트카, 드론 등 최첨단 기술과 멋스러운 도시 외관에 외국인들이 매료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 수는 1463만 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553만 명)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 관광객 유치가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홍보 못지않게 후퇴한 ‘글로벌 스탠더드 복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
―칭다오에서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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