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5위’ 19세 오예진 깜짝 新… 8년 만에 사격 金 쐈다 [파리 2024]

박지원 2024. 7. 2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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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격 대표팀의 오예진(19·IBK기업은행)은 제주 표선중 1학년 때 친구들을 따라 테스트를 받다 흥미를 느껴 사격에 입문해 지난해 고등부 9개 대회에서 전관왕을 달성하며 사격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오예진은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자비를 들여 지난해 2024 국제사격연맹(ISSF) 자카르타 월드컵에 출전해 공기권총 10m에서 개인전 1위, 단체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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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1 銀 2… 잇단 낭보
제주서 오 선수 키워낸 스승 홍영옥
대표팀 코치 입성… 스타 탄생 공신
오 “상상이 현실 돼… 마라탕 먹고파”
‘엄마총잡이’ 금지현·김예지 투혼 울림

한국 사격 대표팀의 오예진(19·IBK기업은행)은 제주 표선중 1학년 때 친구들을 따라 테스트를 받다 흥미를 느껴 사격에 입문해 지난해 고등부 9개 대회에서 전관왕을 달성하며 사격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오예진을 국가대표로 키운 것은 1988 서울 올림픽 대표였던 홍영옥 대표팀 코치다. 모교 제주여상에서 지도자로 있던 홍 코치는 오예진이 제주여상에 입학해 사제의 연을 맺었다. 전국대회 규모 사격장 하나 없는 제주에서 오로지 책임감과 열정으로 오예진을 가르쳤고, 오예진도 대회 출전을 위해 육지를 오가는 강행군을 잘 버텨냈다. 홍 코치는 지도력을 인정받아 실업팀 지도자들과 경쟁해 당당히 여자권총 대표팀 코치가 됐다.
결전의 순간 ‘숨고르기’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의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오예진이 과녁을 조준하기에 앞서 숨을 고르고 있다. 샤토루=연합뉴스
오예진은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자비를 들여 지난해 2024 국제사격연맹(ISSF) 자카르타 월드컵에 출전해 공기권총 10m에서 개인전 1위, 단체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다만 오예진의 기량은 인정하지만, 세계랭킹이 35위에 불과했던 그를 두고 대한사격연맹은 ‘메달 전망’ 선수로 분류하진 않았다. 이런 평가를 딛고 제주 출신의 스승과 제자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합작하며 한국 사격의 역사를 새로 썼다.

오예진은 28일 프랑스 샤토루의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243.2점을 쏘며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오예진과 함께 출전한 김예지(32·임실군청)는 241.3점으로 은메달을 명중했다.

한국 사격 선수들이 올림픽 시상대에 함께 올라간 것은 2012 런던에서 50 권총 진종오(금), 최영래(은)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오예진은 2016 리우 때 50 권총 진종오 이후 한국 선수로는 8년 만에 올림픽 결선 신기록도 세웠다.

27일 열린 본선에서 2위로 결선에 오른 오예진은 결선 초반 4발 연속으로 10점을 훌쩍 넘는 고득점 행진으로 독주에 나섰다. 11발과 12발째에 9.2점과 9.5점으로 흔들려 김예지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던 오예진은 재빨리 영점을 잡고 13, 14발째를 10.5점과 10.6점으로 장식하며 다시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이후 나머지 10발 중 8발이 10점을 넘기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마지막까지 추격하던 김예지를 따돌리고 신기록을 수립 후 활짝 웃는 오예진의 모습을 지켜보던 호랑이 장갑석 총감독은 눈시울을 붉혔고, 홍 코치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사격장 안은 온통 ‘대한민국’을 외치는 소리로 가득했다. 오예진은 “여기 오기 전부터 금메달을 들고 환호하는 걸 계속 상상했다. 그게 실제로 이뤄지니까 정말 기쁘다”면서 “메달 유력 후보가 아니라는 건 신경 안 썼다”고 말했다. 고향 제주도에서 반려견으로 사모예드를 키우겠다는 그는 “엄마랑 마라탕 먹으러 가고 싶다”며 평범한 10대의 모습도 보였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단체 결선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금지현(왼쪽)과 박하준이 시상대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 도쿄에서 은메달 1개에 그쳤던 사격 대표팀은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목표로 내걸었다. 대회 첫날인 27일 ‘2000년생 동갑내기 듀오’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공기소총 10m 혼성전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물한 데 이어 이틀 연속 메달 획득하는 등 한국 사격은 파리 올림픽 개막 이틀째 이미 목표치를 거의 채운 모양새다.

특히 금지현과 김예지는 ‘엄마 총잡이’로 주목을 받았는데, 나란히 은메달을 따내며 ‘워킹맘’들은 물론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경단녀’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사격에서 아직 많은 종목이 남아있어 사격과 한국 선수단의 전체 메달 목표도 상향조정될 수 있을 전망이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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