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선 투표…‘경제난’에 25년 만의 정권교체 이뤄질까
중도우파 야권연합 후보 당선 땐 마두로 ‘선거 불복’ 전망도
초인플레이션 등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가 28일(현지시간) 6년 임기의 새 대통령을 뽑는 투표를 실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62·왼쪽 사진)이 3선에 도전한 상황에서 야권연합 후보가 이를 저지하고 2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명의 후보 중 당선권에 근접한 후보는 좌파 민족주의 성향인 여당 통합사회주의당(PSUV)의 마두로 대통령과 중도 우파 ‘민주야권연합’(PUD)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75·오른쪽)다. 여론조사업체 ORC가 지난 5~9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지지율은 59.6%로, 마두로 대통령(12.5%)보다 네 배 이상 높았다. 여론조사대로 대선 결과가 나오면, PSUV는 25년 만에 야당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시민 대다수가 극빈층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내년 1월10일 출범하는 차기 정부의 경제·외교 정책의 향방이 주목된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 부국이었지만, ‘자원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11년간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은 급격히 나빠졌다. 2017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2018년 물가 6만% 상승, 10년간 700만명 이민…. 마두로 정부는 시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자 화폐를 과도하게 찍어냈다. 이는 초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 현상으로 이어졌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군부를 동원해 식료품·생필품 가격 통제 정책을 벌였지만, 노동자 임금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3선에 도전하는 마두로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좌파 민족주의 포퓰리즘을 표방하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경제 기조인 ‘차비스모’(차베스주의)를 기반으로 미국의 제재 극복, 주변국 좌파 정권과의 연대 강화 등을 공약했다.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는 ‘권위주의 통치’로부터의 도피가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상당수가 국유화돼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민간기업의 사업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보지만, 공공사업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6일 보도된 엘파이스 인터뷰에서 ‘초자유주의적 사유화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국가도 참여하는 균형 잡힌 프로젝트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영 석유회사 PDVSA를 민영화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기반시설과 공공 서비스에 대한 공공·민간 투자 동시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사유 재산권 보호 강화 등 계획을 세웠다.
베네수엘라의 향후 대미 정책도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마두로 정권은 반미 노선을 선명히 취해왔다. 외교관 출신인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가 집권하면 미국과의 경제협력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고, 미국의 투자를 유치해야 경제 활성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두로 대통령이 패할 경우, 그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지난 22일 유세에서 “내가 지면 피바다를 만들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베네수엘라 정치 분석가 파올라 바우티스타 데 알레만은 마두로 대통령이 대선에서 지면 선거관리위원회가 결과를 바꾸거나, 마두로 대통령 본인이 사법부에 이의를 제기해 결과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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