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란고원 축구장에 로켓, 30명 사상…이 “헤즈볼라와 전면전 임박”
가자전쟁 시작 이후 이스라엘 영토 내 최대 인명 피해
방미 네타냐후 급거 귀국…헤즈볼라는 “우리와 무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레바논·시리아 접경지대에 로켓이 떨어져 30여명이 사상했다. 이스라엘은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배후로 지목하며 반격에 나섰으나 헤즈볼라는 책임을 부인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골란고원 마즈달 샴스에 있는 축구 경기장이 로켓 공격을 받아 1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2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사상자 대부분은 공놀이를 하던 아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스라엘 및 이스라엘이 합병한 영토에서 발생한 사상자 중 가장 큰 규모다. 골란고원은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산악지대로,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 이후 1967년부터 점령하다 1981년 합병한 지역이다. 이 합병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현재는 이슬람 소수 종파인 드루즈파를 따르는 시리아계 주민과 이스라엘 정착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습해 헤즈볼라를 포함한 무장단체 전투원 4명을 살해한 후 로켓 공격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방미 중이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급거 귀국해 안보 내각을 소집하며 “헤즈볼라는 지금껏 치른 적이 없었던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외교장관도 “헤즈볼라와 레바논을 상대로 전면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28일 성명을 내 밤새 레바논 동부 베카 밸리의 무기고와 인프라, 남부 국경지대 마을 등 헤즈볼라 거점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골란고원 공격이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미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한 보도를 보면, 헤즈볼라 관계자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이스라엘 측 방공망에서 발사된 로켓 요격 미사일이 축구장에 떨어진 것”이라고 유엔에 주장했다. 무함마드 아피프 헤즈볼라 수석대변인은 “헤즈볼라가 마즈달 샴스를 공격했다는 주장을 단호히 부인한다”고 말했다. 헤즈볼라가 공격을 부인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이란제 240㎜ 무유도 지대지 로켓 ‘팔라크-1’ 한 발이 레바논 남부 셰바 마을에서 발사돼 마즈달 샴스에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줄곧 또 다른 화약고로 꼽혀온 이스라엘과 레바논 전선이 이번 사태로 확전 위험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드레아 테넨티 유엔레바논임시군 대변인은 “레바논 남부에서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우려하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하레츠 칼럼니스트 기디언 레비는 이 지역이 “매우 폭발적이고 위험한 순간을 겪고 있으며, 상황이 정말로 통제 불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골란고원 공격이 의도된 것이 아니라면 갈등 수위가 낮아지리란 분석도 있다. 중동 정치 전문가 오마르 바다르는 “이 일대의 어느 주체도 골란고원의 어린이 축구 경기장을 표적으로 삼을 정치적·군사적 이해관계가 없다”며 “사고가 거의 확실하다”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그는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선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헤즈볼라가 부인한 만큼, 헤즈볼라의 로켓으로 판명되더라도 축구 경기를 의도적으로 노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지금까지 레바논 측에서 450명 이상, 이스라엘 측에서 34명이 숨진 것으로 AP통신은 집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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