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밈 열풍’ 업고 빠르게 추격…트럼프 캠프는 우왕좌왕
트럼프 측, 경쟁 상대 바뀌자
선거전략 대폭 수정 불가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다수 경합주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며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라붙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구원투수’로 나선 해리스 부통령이 예상보다 빠르게 지지세를 키우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고령 논란’에 휩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직후 전광석화와 같이 민주당 대선 후보 지위를 굳혔다. 침묵을 지키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까지 지난 26일 지지를 선언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가도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틱톡과 엑스(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해리스 부통령을 소재로 한 각종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확산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틱톡 분석 결과 지난 30일 동안 해리스 부통령을 언급한 게시물이 전보다 455% 증가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이런 밈은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과 나이를 이유로 바이든에게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생)가 주로 퍼뜨렸다”며 “이제 미 역사상 최고령 대선 후보는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이고, 이는 해리스에게 ‘젊은층에게 더 친숙한 후보’라고 자신을 소개할 기회를 줬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급부상에 트럼프 캠프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갑자기 경쟁 상대가 고령 백인 남성에서 50대 흑인 여성으로 바뀐 데 따라 선거 전략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는데, 그사이 공화당에선 통일되지 않은 메시지가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은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를 상대로 한 공격 노선을 찾느라 고군분투 중”이란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바이든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붙였던 “덜 떨어진” “불쾌한” 같은 표현을 마구잡이로 해리스 부통령에게 반복하는 것이 이를 방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등판한 후 불과 며칠 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론의 머리기사와 관심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3월 성관계 입막음돈 지급 혐의로 처음 기소된 후부터 언론의 집중적 보도를 누려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낯선 분위기에 당혹스러워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캠프 측은 인종·성별을 본격적인 공세 소재로 꺼내들 소지가 다분하다고 미 매체들은 분석한다.
다만 이런 전략은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J D 밴스 상원의원은 과거 해리스 부통령을 ‘캣레이디(자식 없이 고양이와 사는 여성)’라고 부른 일이 SNS 등에서 재조명되면서 비판 대상이 됐다. 이를 두고 “공화당원들은 (여태 제대로 검증된 적 없는) 밴스 의원에 대해 벌써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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