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4법’ 필리버스터 나흘째…여 “방송 장악 목적”·야 “언론 자유 수호”

주호영 부의장 사회 거부 신경전도…내달 ‘노란봉투법·전 국민 25만원법’으로 대치 재현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법안 단독 처리→또 필리버스터 시작 28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에 관한 무제한토론 종결 투표가 이뤄지는 가운데 여당 의석이 텅 비어 있다(왼쪽 사진).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가운데).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법 개정안 통과 직후 상정된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에 관한 무제한토론을 시작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 처리를 강행하자 국민의힘이 맞대응으로 신청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28일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안에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 처리도 예고하면서 ‘법안 상정→필리버스터→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재의결’로 이어지는 대치 국면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 중 세번째로 상정된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앞서 국회 본회의에서는 방송 4법 중 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 개정안이 각각 상정돼 여당의 필리버스터와 야당의 강제 종료 후 단독 처리가 이어졌다.

방문진법 개정안은 앞서 처리된 방송법 개정안과 네번째로 상정이 예고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함께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첫번째로 처리된 방통위법은 의결 정족수를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이날 방문진법 개정안 관련 세번째 필리버스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방송 4법 추진이 방송 장악 목적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언론 재갈 물리기 행태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사회 거부를 두고 신경전도 벌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새벽 방송법 개정안 통과 뒤 주 부의장에게 “사회 거부를 철회하라”고 했다. 그러나 주 부의장은 “야권이 190석 의석을 앞세워 무제한토론을 24시간마다 강제 중단시키는 것은 합의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거”라며 거부 의사를 확인했다.

방문진법 필리버스터는 29일 오전 8시 이후 민주당 주도로 강제 종료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처리도 추진할 방침이다. 필리버스터 등을 거쳐 30일 이후 방송 4법의 처리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 4법 관련 필리버스터는 총 100시간을 넘기며 역대 두번째 장시간 필리버스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처리를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라·문광호·민서영 기자 purpl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