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괜찮나…폭우‧폭염에 주문 망설이는 소비자들

권나연 기자 2024. 7. 2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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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이 빨라서 편리하지만 배송기사들 생각하면 주문을 망설이게 된다."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까지' 문 앞에 배송해 주는 심야·새벽 배송 시스템이 급속도로 성장한 가운데, 배송기사들의 안전을 우려하며 이용을 꺼리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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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벽 폭우 반복에 배송기사 안전 우려
전문가 “천재지변에 일 멈추는 작업중지권 필요”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새벽배송이 빨라서 편리하지만 배송기사들 생각하면 주문을 망설이게 된다.”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까지’ 문 앞에 배송해 주는 심야·새벽 배송 시스템이 급속도로 성장한 가운데, 배송기사들의 안전을 우려하며 이용을 꺼리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밤과 새벽시간대에 하늘이 뚫린 듯 강한 비가 쏟아지는 ‘도깨비 장마’가 반복되면서 배송기사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서모씨(42)는 “낮에 맑아서 비가 올 줄 모르고 새벽배송을 시켰는데 밤사이 비가 쏟아지듯 내린 적이 있다”며 “아침에 주문한 물건이 현관 앞에 있는 것을 보고 식겁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이어 “비가 많이 내릴 때는 한치 앞도 안 보이는데 새벽시간이니 오죽했겠냐”며 “신선식품 같은 걸 생각하면 새벽배송을 아예 중단하긴 어려워도 장마철이라도 안 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7월11일 경북 경산에서는 폭우에 배송을 나갔던 40대 택배기사 A씨가 하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지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9일 새벽 배송을 나갔던 A씨는 직장동료에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배달을 못하겠다”고 연락한 뒤 실종됐다. 경찰이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확인한 결과 A씨는 차가 물에 잠기자 밖으로 나와 잠시 서 있다가 급류에 휩쓸렸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폭염’이 배송기사들을 괴롭힌다. 온도와 습도가 모두 높은 ‘한증막 더위’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밤에도 기온이 25℃를 웃도는 열대야로 배송기사들의 땀이 마를 새가 없다.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다는 프리랜서 작가 최모씨(36)는 “사람들이 택배를 정말 많이 시킨다는 걸 물류센터에서 일하면 알게 된다”며 “물건이 끝도 없이 들어오고 끝도 없이 나가서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택배를 많이 주문해야 배송기사들이 돈도 벌고 물류센터에 일자리도 생기는 건 맞는데, 하루가 끝날 때쯤엔 온몸에 안 아픈 곳이 없고 통증 그 자체”라며 “물류센터에서 며칠 일해보고 정수기를 샀다. 최소한 무거운 물건이라도 배달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덧붙였다. 

배송기사들도 폭염‧폭우 등 기상상황 악화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배송기사 B씨는 최근 국회에서 진행된 ‘폭염 속 노동 실태 및 제도개선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폭우가 쏟아지면 잠시 쉴 때도 있지만 보통 비를 맞고 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는 “비를 맞으며 배송하다 보면 상품도 젖거나 파손되는 상황도 있다”며 “그렇게 파손된 상품은 노동자 과실로 변상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배송업체들은 폭우 등 악천후 상황에서는 배송 중단 조처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배송 기사들에게 폭우 상황에 따라 배송 중단 안내 팝업창과 안전 문자 등을 발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긴급한 상황이나 천재지변에는 일을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 같은 것이 필요하다”며 “남용 우려에 대한 부분은 세부적인 규정으로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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