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사지가 타들어 가는” 마지막 스퍼트
▶마라톤보다 긴 거리를 4시간 가까이 걷는 육상 경보 50km는 ‘죽음의 레이스’로 불린다. 막판 스퍼트 때는 온 힘을 짜내 100m를 17~18초에 주파하는 스피드를 내기 때문에 체력 부담이 매우 크다. 이 종목 한국기록 보유자인 박칠성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45km 지점에서 2위로 올라선 뒤 경쟁자들 막판 추격을 뿌리쳤다. “마지막 2km를 남겨두곤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파이팅’을 외치는 응원 소리가 욕으로 들리더라.”
▶1992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은 ‘한국 쇼트트랙 왕조’의 서막을 연 대회였다. 당시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기훈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스케이트 날을 들이밀어 역전 금메달을 따냈다. 사전에 준비한 작전이 아니라, 끝까지 사력을 다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나온 동작이었다. 김기훈은 “감독도, 동료도, 나 자신도 놀랐다. 그저 무기력하게 지고 싶지 않아 일단 따라가서 뻗은 발에 희망을 걸었는데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0.01초, 0.001초가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에서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먼저 골인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종목마다 다른 결승선 통과 기준에 따라 마지막 순간 손가락을 쭉 뻗거나 가슴을 한껏 내밀기도 한다. 넘어지면서 보드를 밀어넣기도 한다. 결승선 코앞에서 성급한 세리머니를 하는 사이, 뒤쫓아가던 선수의 막판 뒤집기로 우승자가 바뀌는 일도 벌어진다. 농구도, 축구도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팀이 승리한다.
▶28일 파리 올림픽 자유형 400m 동메달을 따낸 김우민은 “마지막 50m가 굉장히 힘들었다. 사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면서도 “올림픽 메달을 위해서는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눈물과 미소가 뒤섞인 얼굴이었다. 그의 말대로 끝까지 “잘 참고 이겨내서” 4위 호주 선수를 0.14초 차로 제치고 박태환에 이어 한국 수영 역대 두 번째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박태환 현역 시절 트레이너도 “박태환이 막판 스퍼트 훈련을 할 때 주저앉기 직전까지 힘을 짜내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말한 적 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너무 흔해서 쉬운 것처럼 느껴지지만, 굳은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포기하지도, 자만하지도 않고, 끝날 때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선수가 더 큰 박수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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