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잊었나…일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동의한 정부
식민지배·침략 평가 등 설명 안 해
군함도 이어 ‘뒤통수 맞았다’ 비판
야 “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내선일체 수준”
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동원됐던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한 데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사도광산 설명에서 ‘강제동원’이 적시되지 않는 등 역사를 바로 알리려는 일본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일본이 2015년 군함도(하시마) 세계유산 등재 당시 했던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는데 정부가 또다시 일본 편을 들며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지난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을 한국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의 동의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WHC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지난 6월 등재 보류를 권고하며 강제동원이 포함된 ‘전체 역사’를 알리는 시설물 설치 등을 권고했다. 외교부는 일본이 이 같은 결정을 “성실히 이행할 것,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전제로 등재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약속한 건 세 가지다. 우선 사도광산 관리사무소였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공간에 강제동원 관련 전시를 하기로 했다. 1000여명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일본인보다 위험한 일을 더 많이 했으며, 한 달 평균 28일 일하면서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박물관 홍보 브로슈어의 ‘별지’에도 담긴다. 이에 대한 준비는 완료돼, 28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일본은 또 조선인 노동자의 기숙사·공동취사장 터에 안내판을 세우기로 했다. 일본인과 조선인 노동자를 위한 추모식을 올해부터 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이카와 박물관 전시물에 조선인 노동자와 관련해 ‘강제’나 ‘강제노동’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다.
징용의 강제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물론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평가도 없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8일 “한·일 양국 정부가 ‘강제노동’ 문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당시 생활상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또 아이카와 박물관은 승용차 2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작은 건물이며, 강제동원과 관련한 전시 공간 역시 박물관 전체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인근에 승용차 157대와 버스 3대를 주차할 수 있는 ‘키라리움 사도’라는 전시관이 있음에도 이곳에선 강제동원 관련 전시를 하지 않는다. 추도식도 조선인보다 일본인을 추모하는 성격이 짙다.
일본 정부가 약속 사항을 얼마나 성의 있게 이행할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WHC 권고는 강제조항이 아니다. 일본은 군함도 등재 당시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강제동원 등 ‘전체 역사’를 알릴 시설물은 군함도에서 980㎞ 떨어진 도쿄에 설치했고, 조선인에 대한 인권침해도 기록하지 않았다.
일본이 군함도와 관련한 약속을 이행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도광산 등재 동의를 군함도 관련 약속 미이행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묵인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강제노역을 설명하는) 전시물은 사도광산에서 2㎞나 떨어져 있고 강제동원 표현도 찾아볼 수 없다”며 “군함도 때에 이어 일본에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외교부는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 해결했다’고 자화자찬이고, 국민의힘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사례’라고 치켜세운다”며 “대체 어느 나라 정부고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 친일을 넘어 내선일체 수준”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2015년 군함도 등재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강제로 노역을 했다”는 표현 등으로 강제성을 명확히 했고, 이는 이번 사도광산 등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전날 “일본이 현장에 설치한 전시물은 물론 추도식 등 관련 후속 조치 이행에도 우리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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