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게임 세상]데이터센터의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기자 2024. 7. 2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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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에만 우리나라에 민간 데이터센터가 총 24개 더 지어진다고 한다. 지금까지 전국에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가 15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고작 1년 만에 기존 데이터센터의 16%가 추가 건립되는 셈이다. 데이터센터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AI 산업의 영향이다. 초대규모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운용해야 하는 AI 기술에 전 세계적으로 열띤 투자가 이어지면서 AI 서버를 가동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도 늘어난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다. 서버를 운용하는 데에도, 열을 식히는 데에도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는 건, 곧 전기를 생산하는 곳에서 그만큼의 전기를 날라와야 한다는 사실로 이어진다. 데이터센터를 짓는다고 전기가 어딘가에서 뚝딱 생겨날 리 없다. 전기를 나르기 위해서는 송전망을 이용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전력을 전달할 수 있는 한계선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데이터센터는 대체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숫자는 2029년까지 건립될 신규 건을 포함해 총 732개로, 그중 601개(82.1%)가 수도권에 지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집중되는 만큼, 수도권으로 전기를 나르는 송전망 확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곳곳에 송전탑을 더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수도권 외 주민에게도, 수도권 주민에게도 좋지 않은 소식이다. 신고리 핵발전소의 전기를 나르기 위해 건립된 밀양 송전탑을 떠올려보자. 마침, 지난 6월11일은 밀양 행정대집행 10주기 날이었다. 2014년 있었던 밀양 행정대집행은 송전탑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무려 20개 중대 2000여명의 경찰들이 무자비하게 진압한 사건이다. 이 모든 것이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일어난 일이었다.

수도권 주민들도 데이터센터를 반기지 않는다. 바로 얼마 전 김포시에서는 건축 허가를 내줬던 구래동 데이터센터의 착공 신고를 반려하겠다고 밝혔다. 김포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김포시 차원에서 건축주에게 주민설명회 개최를 요구한 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탓이다. 불과 몇년 전 데이터센터에서 일어난 대규모 화재 사건을 전국적으로 목도한 데다, 매설되는 초고압 케이블과 열섬 현상 등에 대한 불안으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민들의 여론은 부정적이다. 김포뿐만 아니라 고양시에서도 현재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기업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작 정부는 ‘AI 일상화’ 정책에 올해만 7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비전은 단 하나,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다. 이 사업을 토대로 정부는 의료, 사회복지, 바이오 등 여러 분야에 걸쳐 AI 기술·기기 개발에 투자하고 공공서비스 등에 AI를 접목하여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책의 목표 중 하나는 ‘국민 일상 속 AI 행복 확산’이다.

그러나 여태 밀양에서 목 놓아 외친 것처럼, 지금 우리 사회의 전기는 누군가의 눈물을 타고 흐른다. 국민 행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의 눈물을 양분 삼아야 한다는, 이 같은 모순이 또 있을까. 기업이야 이윤 추구를 위해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한다 해도, 정부마저 그 흐름에 맞춰야 하는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행복은커녕, 지금 AI로 인해 가장 빠르게 다가온 사회적 변화는 데이터센터 건립과 밀집,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고조다. 7000억원이라는 예산은 ‘AI 일상화’가 아니라 AI로 인해 촉발된 사회적 갈등의 완화와 해결을 위해 투입되어야 한다. 그것이 정부에, 다름 아닌 공공에 기대되는 역할 아닐까.

조경숙 IT 칼럼니스트

조경숙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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