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쿠팡 택배현장에 ‘중간업체’는 없다
택배산업 후발주자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는 2021년 1월 택배사업자 자격 취득 후 약 3년 만에 대한민국 1등 택배사가 된다. 전통의 강호 CJ대한통운을 앞선 것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혹자는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하게는 ‘택배노동자를 로켓배송의 연료로 소진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해냈기 때문이다. 쿠팡 로켓배송 현장은 원청사의 사용자로서 책임은 없고 압도적 권한만 있는 비정상적인 원하청 구조다.
쿠팡은 중간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맺고 중간 대리점은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와 위수탁 계약을 맺는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 택배노동자들은 ‘위수탁 계약서’가 매우 중요한데, 쿠팡은 중간대리점과 위수탁계약을 맺을 때부터 ‘배송구역’을 명시하지 않는다. 택배노동에서 배송구역은 사실상 ‘처음과 끝’이나 다름없는데 이를 계약으로 보장하지 않는 것이다.
쿠팡은 매우 세밀한 서비스 지표를 만들었다. 배송률, 프레시백 회수율, 반품 회수율, 주말출근율, 배송완료마감시간 준수율(일명 PDD) 등 매우 미세한 서비스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도 매우 높게 설정해놓았다. 서비스 지표를 지키지 못하면 중간대리점은 언제라도 해당 배송구역을 쿠팡으로부터 회수당하거나 계약 자체를 해지당할 수 있다. 이것이 상시적 구역회수제도, 일명 클렌징제도다.
여기서부터 택배노동자들의 지옥문이 열린다. 택배노동자들은 상시적 고용불안 속에서 과로가 찾아오거나 업무 중 사고를 당해도 그냥 일할 수밖에 없다.
고 정슬기님이 생전에 아내에게 했다는 말을 들어보자. “여보, 나 아침 7시까지 배송 못하면 여기서 일 못해.” 왜 그렇게 말했을까. 클렌징제도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렇게 고인은 밤거리를 ‘개처럼 뛰어다니며’ 새벽 로켓배송을 했고, 결국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특히 쿠팡은 고인에게 직접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계정을 통해 일대일 대화로 직접 추가업무를 수십 차례 지시하는 등 업무 전반을 지휘·통제했다. 모든 쿠팡 택배노동자들이 그렇게 일하고 있다. 중간대리점은 택배노동자 휴무 조정 등 근태관리가 업무의 대다수를 차지하며, 쿠팡에서 전달받은 메시지를 기사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정도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은 원하청 구조와 클렌징제도 앞에 맥을 못 춘다. 우선 노동조합을 할 수가 없다. 노조를 통해 지옥의 현장을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클렌징이니, 입차제한이니 하는 불이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클렌징은 해고’라고 노동조합이 주장하면 쿠팡은 ‘나는 대리점한테서 구역을 뺏은 거지 기사들에게 뺏은 게 아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고한 게 아니’라고 하며 부당해고 책임에서 빠져나간다.
소진된 연료는 사라진다. 쿠팡에서 로켓배송 중에 안타깝게 과로로 쓰러지거나 사고를 당하신 분들, 몸이 아파 쿠팡을 떠난 분들 모두가 그렇게 소진돼 사라지고 있다. 원청사는 노동자에 대해 아무런 책임은 지지 않지만 노동자를 통제하는 권한은 압도적이다. 이 비정상적인 쿠팡 택배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연료처럼 쓰이다 버려지는 현실을 바꾸는 데에 노조법 2·3조 개정은 최소한의 요구다.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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