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두리번거린다
김민기가 길을 떠났다. 생전에 ‘여러 갈래 길, 누가 말하나, 저 길뿐이라고… 죽기 전에라도 다시 만날 길, 죽은 후에라도 다시 만날 길’(‘길’ 노랫말 일부)이라던 그 길로 총총 떠났다. 그의 죽음을 접하면서 그 노래가 떠올랐다.
“헐벗은 내 몸이/ 뒤안에서 떠는 것은/ 사랑과 미움과 배움의 참을/ 너로부터 가르쳐/ 받지 못한 탓이나// 하여 나는 바람 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리번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 곁에서/ 교정 뒤안의 황무지에서/ 무너진 내 몸이 눌리어/ 우는 것은/ 눈물과 땀과 싸움의 참이/ 너로부터 가리어/ 알지 못한 탓이나….” -‘두리번거린다’ 일부.
김민기가 1972년 청춘의 초입에 만든 이 노래는 1983년 양희은의 신곡 앨범에 양희은 작사·작곡으로 발표됐다. 김민기라는 이름이 불온했던 시절이었다. 1993년에야 이름을 찾아서 자신의 목소리로 불렀다.
그는 허름한 골목의 선술집에서, 교정 뒤안의 황무지에서 몰려드는 막막함으로 두리번거려야 했던 청춘의 시간을 노래했다. 교정에서 암약하던 사복형사의 눈을 피해 찾아온 친구 때문에 두리번거려야 했던 불안을 노래에 담았다. 10년 전 김민기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한참 맞다 보니까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패는 놈들한테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고. 한없이 미안해지는 게…, ‘나 때문에 이들이 죄를 짓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
보안사에 끌려가서 한참을 맞다가 ‘패는 놈들’에게 미안해졌다는 거다. 문득 그에게 미안해지는 것은 두리번거리던 그의 삶에 신세만 지고 살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의 두리번거림은 ‘해찰’이 아니라 ‘살핌’이었다. 그가 대학 시절 야학을 하면서 어린이들을 돌보던 시절부터 돈도 안 되는 어린이극을 만들면서 궁핍을 견디고 있을 때…. 우리는 너무 앞만 보며 달려왔다.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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