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고니는 물에 뜨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백조의 발길질’에 대한 얘기가 있다. 백조가 물 위에서는 우아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물밑에서는 물갈퀴를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으로, 피나는 노력 없이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표현이 그럴싸하고 의미도 좋아 자기 계발과 관련한 글에서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백조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
물 위를 한가로이 노니는 백조를 관찰해 보면 발길질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백조의 깃털은 기름막으로 싸여 있어 물이 쉽게 스며들지 않는다. 또 깃털 사이에 공기를 품을 수 있고, 다른 조류와 마찬가지로 기낭(氣囊)을 가지고 있다. 새의 가슴과 배에 있는 기낭은 새의 몸이 뜨도록 돕는 공기주머니다. 게다가 조류의 뼈는 “공기가 차 있는 공간을 가진 뼈”, 즉 ‘함기골’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백조는 물에 뜨기 위해 애써 발길질을 할 필요가 없다.
‘백조의 발길질’과 관련한 얘기는 1960~1970년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야구 만화에 처음 실린 후 표현이 그럴듯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현은 멋지지만 과학적 신뢰성은 전혀 없는 얘기다.
백조(白鳥)는 엄밀히 따지면 우리말이 아니다. 서양에서 스완(Swan)으로 부르는 새의 우리말 이름은 ‘고니’다. 한자로는 ‘황곡(黃鵠)’이나 “하늘을 나는 거위”라는 뜻에서 ‘천아(天鵝)’라고도 한다. 황곡과 천아는 옛 문헌에도 나오고,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 있다. 이런 고니를 일본에서 백조라고 하는데, 그 말이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건너와 지금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런 일본말 백조는 누구나 아는 반면 우리말 고니와 천아 등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왠지 마음을 불편케 한다. 고니 중 털빛이 검은 것을 ‘흑고니’라 하고, 이를 가리키는 일본식 한자말이 흑조(黑鳥)다.
한편 백조와 비슷한 느낌의 ‘백로(白鷺)’는 해오라기나 고니 같은 특정한 새의 이름이 아니다. 왜가릿과의 새 가운데 몸빛이 흰색인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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