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표결→거부권 악순환…여야 극한대치에 민생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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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달 가까이 되도록 여야는 이런 패턴을 무한 반복하며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방송 4법 가운데 방통위법 개정안은 지난 25일 오후 5시29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돼 24시간7분이 흐른 26일 오후 종료된 뒤 표결로 통과됐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우리도 지치지만, 더 힘 빠지는 건 국민이 필리버스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먹고살기 힘든데 방송 관련 법 문제로 여야 의원 300명이 이렇게 싸우는 걸 누가 이해하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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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야당 요구로 법안 본회의 상정→여당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법안 본회의 통과→대통령 거부권 행사’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달 가까이 되도록 여야는 이런 패턴을 무한 반복하며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28일 국민의힘은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나흘째 이어갔다. 여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야당의 ‘입법 폭주’를 부각하려 하고,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가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여야의 끝없는 대결에 ‘민생’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방송 4법 가운데 방통위법 개정안은 지난 25일 오후 5시29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돼 24시간7분이 흐른 26일 오후 종료된 뒤 표결로 통과됐다. 이어 방송법 필리버스터는 지난 26일 저녁 6시15분 시작돼, 30시간20분이 흐른 28일 0시 넘어 마무리됐다. 여야 모두 조를 짜서 본회의장을 지키며 법안 상정 뒤 ‘맞짱 토론’을 벌인 뒤, 여당 퇴장 속에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방송 4법은 오는 30일 모두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해, 방송 4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5박6일간 지속될 필리버스터에 양쪽 모두 체력 고갈을 호소하고 있다. 본회의장 사회는 국민의힘 소속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거부해, 우원식 의장과 이학영 부의장(더불어민주당 소속) 둘이서 번갈아 보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우리도 지치지만, 더 힘 빠지는 건 국민이 필리버스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먹고살기 힘든데 방송 관련 법 문제로 여야 의원 300명이 이렇게 싸우는 걸 누가 이해하겠나”라고 했다.
주호영 부의장은 이날 우 의장에게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도, 국민의힘이 벌이는 필리버스터도 중단시켜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주 부의장은 입장문을 내어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증오의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무한 패턴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민주당은 다음달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법’(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본회의 처리에 나설 계획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 두 법안도 필리버스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예상된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최근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을 포함해 모두 15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은 극한 대결의 도돌이표가 이어지는 건, 여권이 ‘전례 없는 압도적 여소야대’라는 지난 4월 총선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탓이라고 본다. 강민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거부권 남발로 삼권분립과 의회, 그리고 대한민국 국정을 망가뜨린 건 바로 대통령인데 국민을 바라봐야 할 국회의원이 용산만 쳐다보고 있다”고 여당의 책임을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일방 독주’를 탓한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은 협상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만 한다”며 “또한 국회의장이 여야를 중재하지 않고 민주당에 유리하게 끌고 간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여야 각자의 법안 우선순위가 있으니 정작 시급한 현안인 티몬·위메프 부도 등에 대해선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양쪽 모두 내줄 건 내주는 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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