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쳐도 보호 못 받는 배달 노동자 위해 싸울 것”

반기웅 기자 2024. 7. 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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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노동 하는 일본 작가
와타나베 마사시의 ‘투쟁 일지’
와타나베 마사시 위원장이 지난 17일 도쿄 주오구에서 배달 일을 하고 있다. 반기웅 기자
우버이츠유니온 집행위원장 맡아
노동자 인정 안 돼 늘 위험에 노출
사고 나면 대부분 스스로 책임져
보험료 부담, 산재보험 가입 꺼려
“긴 법적 소송, 끝까지 버텨내겠다”

와타나베 마사시(49)는 글쓰는 배달 노동자다. TV·라디오 작가였던 그는 2018년부터 배달앱 ‘우버이츠’에서 파트너(라이더)로 일한다. 지난해부터는 주간 ‘플레이보이’에 배달 체험기 ‘자전거폭주배달일지’를 연재하고 있다. 배달 체험기는 주로 배달 중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와 열악한 배달 노동 환경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일본 배달 플랫폼의 유일한 노동조합 우버이츠유니온(Uber Eats Union) 집행위원장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도쿄 주오구에서 그와 만났다.

와타나베 위원장은 스스로 안전을 챙긴다. 기온이 35도를 넘거나 비가 내리면 배달을 하지 않는다. 우버이츠가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점심 배달을 하다 어지러움을 느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는 날씨가 궂을 때에는 아예 배달 앱에 접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별도 수입이 있는 그와 달리 배달로 생계를 이어가는 파트너들은 쉴 수 없다. ‘위험한 날’ 우버이츠가 얹어주는 웃돈(프로모션)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 평소 자전거 배달 1건당 수익은 약 300엔. 비가 오면 200엔가량이 더 붙는다. 폭우로 현장 파트너가 적은 날에는 건당 700엔에서 많게는 2000~3000엔짜리 일감도 잡힌다.

사고 책임도 스스로 진다. 2016년 일본에 진출한 우버이츠는 2019년 10월까지 배달 노동자 대상 보험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았다. 사고가 나면 고객센터에 연락해 배달 지연 소식을 알리는 게 전부였다. 2019년 우버이츠에서 제공하는 보험이 생겼지만 문제는 남는다. 사고로 보험을 청구하면 우버이츠 측에서 파트너 계정을 정지해 배달 일감이 끊기기 때문에 대부분의 파트너들은 사고를 당해도 보험 신청을 주저한다. 2021년부터 ‘산재 특별 가입’이 가능해졌지만 비용 부담이 커 가입이 저조하다. 와타나베 위원장은 “보험이 있어도 실제로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청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개인 보험이나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가 높아 가입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지난 17일 밤 도쿄 주오구 일대에서 배달에 나선 와타나베 위원장의 스마트폰 앱에는 거리에 상관없이 요금이 책정된 배달 일감들이 오르내렸다.

배달비는 우버이츠가 정한다. 산출 기준은 비공개다. ‘운반 요금은 실시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정도로만 추정할 뿐이다. 와타나베는 “일하는 사람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배달요금이 산출되기 때문에 아무런 예고 없이 배달비가 인하되기도 한다”며 “우버에서 일방적으로 배달비를 내리고 공지하는 것으로 끝”이라고 했다.

설립 때 18명이던 조합원이 30명 규모로 정체된 일본 배달원 노조. 우버이츠유니온 홈페이지

일본에서 플랫폼 소속 배달 노동자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우버이츠는 13만명에 달하는 우버이츠 배달 노동자를 개인 사업자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우버이츠는 배달 노동자에게 ‘노동자’ 대신 이익을 공유하는 동업자라는 의미로 파트너라고 칭한다.

2019년 우버이츠유니온이 단체교섭을 요청했지만 우버 측은 ‘파트너는 개인사업자’라며 거부했다. 이듬해 우버이츠유니온이 우버의 부당노동행위를 문제 삼아 도쿄도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고, 2022년 도쿄도 노동위원회는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전부 구제’로 결론 내렸다. 도쿄도 노동위는 주문자의 만족도 평가를 통해 계정을 정지하는 방식으로 파트너의 업무를 통제한 점, 배달비 등 업무 계약을 일방적으로 결정·고지한 점을 들어 파트너와 회사는 대등한 관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우버 측은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한 상태다.

와타나베 위원장은 이 싸움이 향후 법적 소송까지 1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설립 당시 18명이던 조합원은 현재 30명 규모에 멈춰있다. 와타나베 위원장은 힘없는 노조에 불과하지만 끝까지 버텨서 일본의 플랫폼 노동 환경을 바꿀 생각이다. 와타나베 위원장은 “중간에 노동위원회 결정이나 소송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지만 일본에 우버이츠유니온 같은 시도가 있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 | 반기웅 일본 순회특파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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