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28세 총리와 39세 부통령 후보

김희국 기자 2024. 7.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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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정당 20대 대표, 미국 보수 30대 부통령 후보
그들 행보 전 세계 관심 쏠려…한국, 부딪히기 전 준비해야

2024년 국제 정세가 혼란스럽다. 미국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이 사퇴하고 전직 대통령은 유세 중 총상을 입는 등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유럽과 중동에서는 두 개의 전쟁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으며 주요 선거가 전 세계에서 잇따라 치러지고 있다.

혼란의 한가운데서 두 명의 정치인을 주목하려고 한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와 미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선출된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이다. 둘은 공통점이 많다. 바르델라 대표는 1995년생으로 만 28세, 밴스 상원의원은 1984년 태어나 만 39세로 젊다. 정치적 성향도 비슷하다. 바르델라 대표에게 극우, 밴스 상원의원에게 강경 보수란 수식어가 붙는다.

28세 바르델라 대표는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이자 첫 20대 총리가 될 뻔했다. 바르델라 대표가 이끄는 RN은 지난달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해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이 탄생한 지 52년 만에 처음으로 집권 기회를 잡았다. 바르델라 대표는 총리 자리를 사실상 예약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극우 돌풍에 위기를 느낀 좌파 연합과 범여권이 반극우 연대를 형성해 RN은 결선에서 3위로 밀려났다. RN의 집권과 바르델라 대표의 총리 꿈은 일단 멈췄다. 실패한 것이 아니다. 단지 멈췄을 뿐이다. 프랑스에서 극우의 인기와 위상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바르델라 대표는 17세이던 2012년 RN의 전신인 FN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당 지역위원회 책임자, 청년조직 대표, 당 대변인 등 요직을 거치며 빠르게 입지를 다졌다. 2022년 11월 프랑스의 대표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의 뒤를 이어 RN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국경 통제와 불법 이민 방지, 프랑스 내 이민자 줄이기, 국내 치안 강화와 테러·범죄 강경 대응, 프랑스 산업 보호, 농업 지원 등 전형적인 보수·극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젊은 세대답게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틱톡 팔로워가 140만 명에 달한다. 바르델라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당시 집권 여당 르네상스의 가브리엘 아탈 총리와 TV 토론에서 유권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프랑스의 현재와 미래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아탈 총리는 올 1월 34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총리가 된 인물. 20대 총리 후보와 30대 총리의 격돌을 보면서 프랑스 유권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시선을 미국으로 돌려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아바타로 불리는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밴스 의원을 이해하고 싶다면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를 보는 게 나을 듯싶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로도 제작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에이미 아담스와 글렌 클로즈가 밴스 의원의 어머니와 외할머니로 등장한다. 힐빌리(hillbilly)는 가난한 백인 노동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의 어린 시절은 미 동부 애팔래치아산맥 주변의 가난한 백인이 처한 처참한 실상을 보여준다. 그런 밴스 의원은 세계 최강국 미국의 2인자 후보가 됐다. 여기에 1952년 이래 가장 어린 부통령 후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밴스 의원도 낙태와 이민, 중동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강경 보수파의 입장을 대변한다. 특히 경제 현안에서 ‘미국인의 일자리’나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 쇠락한 러스트벨트(rust belt·미국 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경험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밴스 의원이 등장하자 유럽과 중국의 눈빛이 달라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트럼프의 분신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강하게 반대한 점 때문에 유럽 국가들의 걱정이 쌓여 간다. 여기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저조한 방위비’를 공개 비판한 점도 유럽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대중국 강경파로도 유명해 중국 역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각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바르델라 대표의 집권 꿈이 미래라면, 밴스 의원의 세계 최강국 2인자 등극은 눈앞에 닥쳐온 현실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축제로 구경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당장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정부를 대표해 우리나라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어떤 것을 요구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바르델라 대표와 밴스 의원은 젊다. 그것은 앞으로 정치 일선에서 활동할 시간이 상당히 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중 상당 부분은 우리나라가 국제 무대에서 그들과 부딪혀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들과의 만남을 준비해야 한다.

김희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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