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북한이 오물풍선 도발을 하는 이유

강동완 동아대 교수·민주평통 상임위원 2024. 7.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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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 동아대 교수·민주평통 상임위원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8일 1차 도발 이후 지난 7월 24일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수천 개의 오물풍선을 날려 보냈다. 이 기간 중 세 차례에 걸친 김여정의 담화를 보면 이번 도발이 분명 북한 군부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내는 이유는 남한의 대북단체가 보내는 대북 전단 활동을 ‘너절한 쓰레기’로 보고, 이에 대응해 자신들도 쓰레기를 보낸다는 명분이다. 그러면서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얼마나 기분 더러운 일인지를 직접 해보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또한 자신들의 행위도 ‘표현의 자유’라며 우리 정부가 대북단체의 활동을 표현의 자유로 단속하지 못함을 비꼬기도 했다.

북한 오물풍선 내용물로는 폐종이 담배꽁초 옷감 등 실제로 쓰레기 등이 가득했다. 그런데 통일부가 공개한 북한 오물풍선의 일부 내용물을 보면 북한 주민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몇 번이나 꿰맨 양말과 헝겊 두 개를 붙여서 만든 장갑은 물론 인분에서는 기생충까지 발견됐다. 북한 당국의 의도와 달리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낸 꼴이 되어 버렸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엄중히 대응하며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탈북민 단체 역시 대북 전단 활동을 중단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토록 대북정보 유입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청년들의 사상 변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당국은 1990년대 말 사회주의권 국가 붕괴 원인을 청년들이 자본주의 사상에 오염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필연적 결과로 인식한다. 청년들의 생각과 사상을 통제하고 정권의 결속력과 충성도를 높여야 하지만 사상의 변질이 나타나고 있다. 이전 세대는 일명 자폭용사 세대로 김일성 김정일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충성도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의 장마당 세대는 ‘내가 왜 김정은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 하는가’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한국의 영화 드라마 노래 등 외부정보에 노출되었고,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제를 경험했다.

한편 김정은은 지난 1월 15일 시정연설을 통해 동포 동족 통일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고 한국을 제1의 적대적으로 간주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은 물론 남한 드라마를 보면 최고 사형까지 처한다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었다. 이러한 조치는 모두 장마당 세대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북한 내부가 이러한 상황이라면 우리가 무엇을 할지는 명확해진다. 북한 청년의 생각이 변화되는 과정에 가장 중요한 것이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다. 외부정보와 문화는 필시 북한을 흔들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북한 오물풍선을 둘러싸고 남남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반시대적이며 저열한 오물풍선이나 보내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어쩌면 우리 사회에 분열을 획책하려는 또 다른 목적이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이번 오물풍선 도발은 분명 북한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 우리는 민간단체가 북한 주민의 알권리와 인도적 목적으로 쌀 의류 의약품 달러 USB 등을 보냈다. 하지만 북한은 김여정으로 대변되는 당과 군부의 주도로 이른바 군사적 도발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국제법을 위반한 북한의 행위를 규탄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우리 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탈북민단체로 책임을 전가한다. 북한이 의도한 남남 갈등의 전형적인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 주민을 깨우고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북한 내 외부정보 유입과 확산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신장하기 위해 북한 내 정보 투입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대북정보 유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바로 ‘은밀하게 위대하게’이다. 외부정보 유입은 북한에 ‘트로이의 목마’를 보내는 것에 비유된다. 어떻게 하면 북한에 효율적으로 보낼까를 함께 고민하며 행동할 때이다. 김정은에게 대북정보 유입은 치명타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만큼 이 활동이 중요하며 의미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북녘 주민을 깨우기 위한 사명감과 책임감 그리고 그들을 향한 간절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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