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어느 환자의 마지막 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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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70대 중반의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분은 오랫동안 만성 B형 간염을 앓고 있었고 그 합병증으로 간경화와 간암이 발생했다.
여행 기간 내내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그간 몰랐던 아버지의 여러 가지 사연과 골프와 인생이 얼마나 비슷한지 등 아들에게 남기는 많은 말은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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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70대 중반의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분은 오랫동안 만성 B형 간염을 앓고 있었고 그 합병증으로 간경화와 간암이 발생했다. 부산의 모 대학병원에서 간동맥 색전술, 고주파 열 소작술등 여러 차례 간암 치료 시술을 받았으며 현재 복수가 많이 찬 말기상태였다. 환자분의 상태를 진찰한 후 필자의 개인 의원에서는 관리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말씀드리고 이전에 진료받던 대학병원에서 계속 관리를 받고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시는 게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의사가 환자에게 이제는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환자에게 정확한 말을 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불가능한 치료법을 찾아 계속 헤매고 다닐 것이다. 치료가 불가능하고 여생이 많이 남지 않은 환자에게는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이야기함으로써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기회를 드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분을 진료하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제임스 도드슨의 ‘마지막 라운드’라는 실화 소설이 생각났다. 2개월 시한부의 암 선고를 받은 여든 살의 아버지와 저자인 아들이 마지막 골프 라운드를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임스 도드슨은 골프 관련 잡지사에 글을 기고하는 골프전문 기자로, 바쁜 기자 생활을 핑계로 미루어 왔던 아버지와의 골프 여행을 드디어 가기로 계획을 잡았다. 출발일 한 달 전에 저자의 아버지가 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여행을 포기할까 했으나 아버지의 강력한 뜻으로 두 사람만의 마지막 골프 여행을 떠난다.
여행 기간 내내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그간 몰랐던 아버지의 여러 가지 사연과 골프와 인생이 얼마나 비슷한지 등 아들에게 남기는 많은 말은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인생이 우리에게 약속해주는 것은 슬픔뿐이야. 거기서 기쁨을 찾아야지” “그냥 즐겨라, 게임은 금세 끝나버리거든” “멋진 친구(동반자)만 있다면 나쁜 골프 코스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필자의 병이 더는 치료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을까? 우선 그 질병의 권위자인 세 분의 의사를 만나서 모두 같은 답이 나온다면 더 이상의 치료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 남아있는 시간에 가족과 가까운 친지를 만나 나의 상태를 설명하고 그간 살아오면서 내가 오해했던 부분에 대해, 또는 충분한 대화를 하지 못해 내가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거나 감정을 상하게 한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에 남아있는 앙금을 풀고 싶다.
지나간 세월 동안 나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고 간단한 자서전을 쓰거나, 하고 싶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하지 못했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남아있는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하나하나 해보고 싶다. 나의 물품이나 주변을 정리하고 내가 떠나고 난 뒤의 마무리를 가족에게 부탁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지금까지의 삶을 허락하심을 기뻐하며 좀 더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도록 신앙생활과 기도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다. 비록 몸은 아프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봉사 활동을 하며 나의 얼마 남지 않은 삶이 조금이라도 보람되었으면 좋겠다.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고통이 심해질 것이니 호스피스 보살핌을 받으며 남은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 짓고 싶다.
사람은 태어나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다. 말기상태에서 삶의 마지막을 준비 없이 허둥대기보다는 건강하고 시간이 있을 때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지 각자 생각하고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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