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안전을 새로운 핵심동력으로 디자인하자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 원장·공학박사 2024. 7. 2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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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 원장·공학박사

조선해양산업은 고위험 작업이 많다. 특히 조선소 생산 현장은 고소 작업, 밀폐 공간 작업, 화기 작업 등 여러 위험 요소가 상존한다. 2023년 기준으로 조선업의 근로자 1만 명당 사망률은 4.01명으로, 제조업 평균의 3배를 넘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고를 줄이고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규제와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안전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안전 디자인은 물리적 안전을 넘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종합적인 안전 설계를 의미한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설루션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스마트 작업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안전 교육은 근로자에게 현실감 있고 효과적인 안전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생산 중단과 납기 지연, 이미지 실추 등 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무엇보다도 귀중한 인력 손실이 불가피해 궁극적으로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안전을 기반으로 한 작업 환경은 조선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도 안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4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술 경쟁력과 안전성을 강화해 세계 1위로 도약하기 위한 ‘K-조선 초격차 비전 2040’을 발표했다. 이 비전은 10년에 걸쳐 민관합동으로 2조 원을 투자해 친환경, 디지털, 스마트 분야에서 100대 코어 기술을 확보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10대 핵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계획이다. 수소 엔진, 무인 안전운항 시스템,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한 작업 환경 구축이 포함되어 있고, 용접 협동로봇, 가상현실 활용 근로자 교육 시스템, 인공지능 채팅봇, 생산 협업 플랫폼 등도 개발해 조선 현장의 무재해 안전 달성과 생산성 향상을 함께 도모할 예정이다.

지난해 세계해양포럼에서 부산디자인진흥원이 진행한 ‘조선·해양산업과 안전 디자인’ 세션에서도 다양한 안전 서비스 디자인 사례와 관련 대안이 논의되었다. 이 세션을 통해 조선해양산업에 안전 디자인을 도입하는 데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중소조선연구원 또한 중소형 조선소의 안전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전한 조선소 작업환경 구축 지원사업‘을 통해 스마트 안전기술 보급과 현장 맞춤형 안전·보건·환경(HSE) 대응 기술을 제공하고 있으며, ‘해양레저 선박용 표준 프로펠러 보호망’을 개발해 추진효율과 안전성을 높이는 등 선박의 성능에 안전 디자인을 적용하고 확산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2005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밀라노 회의에서 디자인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제품의 기술적 혁신을 넘어 사용자의 감성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디자인 접근 방식으로 삼성의 글로벌 성공을 이끌었고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디자인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또한 최근 산업계는 환경·사회·지배구조개선(ESG) 경영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투명하고 안전한 경영 환경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안전의 개념이 수동적인 역할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역량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를 인식하는 기업만이 경쟁에서 앞서 나아갈 수 있다.


조선산업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고 있다. 경쟁국을 따돌리고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초격차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제품만 잘 만들어서는 결코 일류를 넘어설 수 없다는 이건희 회장의 혜안은 오늘의 우리 조선산업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성능을 우선으로 하는 선박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감성과 안정감을 제공하는 안전 디자인을 적극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우리 조선산업을 새롭게 도약시키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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