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대청소가 필요한 요즘

정서원 ㈔부산청년들 이사장 2024. 7. 2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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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원 ㈔부산청년들 이사장

몰아닥친 일들로 하루하루를 꽉 채워 보내다 일상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 때쯤, 정신을 차려보면 방안이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다. 눈에 띄진 않지만 일상을 지탱하던 스스로의 작은 약속들이 하나둘 무너진 결과였다. 하루, 이틀, 길게는 일주일까지 답답하고 갑갑하지만 움직일 힘이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 눈 딱 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 안을 뒤엎기 시작한다.

언제부터 쌓아두었던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옷더미를 들어 빨래를 하고, 이제는 중요하지 않지만 붙잡고 있던 물건을 내어놓고, 눈에 띄지 않아서 살피지 못했던 구석구석을 살피며 쌓인 먼지를 깨끗하게 닦아낸다.

그간 여러 차례 반복해 온 일이지만, 매번 발견하게 되는 것은 곳곳에 쌓인 미련과 외면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과거에 중요했던 것, 혹시나 필요할지도 몰라 하며 남겨둔 것, 비싼 돈 주고 샀기에 버리기 아까운 것들이 한가득이다. 물건 하나 하나를 볼 때마다 반복되는 고민과 망설임은 힘겹지만, 미뤄왔던 것들을 하나씩 직면해 결정을 내리고 나면 내 방에는 ‘지금의 나에게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것’만이 남게 된다. 쉽지 않지만 마음먹고 청소를 시작하면, 무너진 나의 기본을 감각하게 되고, ‘내 상태’가 인식되며, 일상을 회복할 방향을 찾고, 다시 일어설 힘을 내게 된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대청소가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욕심과 미련을 비우고 닦아내는 일인데, 비우질 못한 채 여기저기 자리만 옮겨대고 있으니 문제를 해결한다고 내어놓은 정책이 또 다른 문제가 되어 우리 사회라는 방 안이 정체 모를 짐들로 가득 차오르고 있다.

부산의 최근 이슈를 들여다보면, ‘소멸위험지역’ 단계에 진입했다.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인구 유출’과 그중에서도 ‘2030 여성유출’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만 명 유치, 유학생 이공계 비율 30% 확대, 취업·구직 비자 전환율 40%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부산시는 밝혔다.

이것은 어떠한 고민 끝에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걸까. 해외 유입 확대에 따른 추가적 사회 문제에 대한 대책도 함께 수립하고 있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도시의 규모를 조금 축소하더라도 지역 내에서의 삶의 만족도를 올리기 위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다른 이슈를 살펴보면 7월 1일, ‘1만 원 내고 11만 원 공연 관람’을 지원하는 ‘청년만원문화패스’ 선착순 모집이 있었다. 소득 기준 없이 청년 연령 누구나 신청가능한 이 사업은 신청 당일 7분 만에 마감이 됐다. 이후 신청 오픈되자마자 수백 명의 대기자가 있었다는 후기와 ‘부산 청년들이 문화생활에 목말랐기에 빠른 매진이 이뤄졌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정말 그간의 문화소비에 대한 갈증으로 빠른 매진이 이뤄진 것일까. 실상은 부산 청년인구 약 80만 명(19~39세, 2023년 12월 기준) 중 5000명만을 지원해 부산 청년인구 전체 대비 0.62% 정도밖에 안 되는 규모라 그렇게 보여진 것이라 생각한다.

사업을 도입한 취지 자체는 의미 있을지 모르나, 정책에서까지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겨야 했나 의문이 들었다. 선착순으로 할 수밖에 없었나. 지원 규모에 맞게 사업목적과 대상을 명확히 하거나, 전체에게 필요한 사업이라면 그에 맞는 충분한 예산확보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7억 원 규모의 큰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고심이 느껴지지 않는 사업이었다.

자기 방조차 정돈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이의 방을 정돈해 줄 수 있을까. 청소 하나를 잘 하려고 해도 ‘내가 무엇을 왜 청소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지금 현재, 그리고 앞으로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 ‘쓰임을 다한 것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는 자기 객관화와 결단’이 필요한데 말이다.


여러 문제가 다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만큼, 지난 과제와 방법을 넘어서서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는 부산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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