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주 급락, 단기 급등 따른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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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 이후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큰 폭의 주가 하락이 나타났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 10일 고점 이후 열흘 남짓 동안 약 8% 하락했다.
최근 기술주 주가 급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그간 주가 상승이 너무 빠르고 그 폭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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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 이후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큰 폭의 주가 하락이 나타났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 10일 고점 이후 열흘 남짓 동안 약 8% 하락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급등했던 몇몇 대형 기술주는 고점 대비 15% 이상 급락했다. 이 여파로 각국 증시는 물론 코스피도 같은 기간 약 6% 내렸다.
최근 기술주 주가 급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그간 주가 상승이 너무 빠르고 그 폭이 컸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주 대표 격인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70% 뛰었다. 티에스엠시(TSMC)도 80% 이상 급등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발표가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기대가 너무 앞서간 상황이 됐다. 더 큰 성장에 대한 기대가 조금이라도 수그러들면 앞서갔던 주가는 되돌림 과정을 겪게 된다. 그 현상을 지금 목도하는 중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인공지능 산업의 투자 대비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한 점이다. 신 산업이 개화할 때면 늘 반복되는 현상이다. 인공지능 산업도 초기에 막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이러한 투자를 정당화할 만한 수익 모델은 뚜렷하지 않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이 처음 도입될 당시와 비슷한 흐름이다. 도입 초기에는 상당수의 기업이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도산했다.
셋째, 높은 금리 수준에도 미국 경제가 순항하면서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졌다. 인하 시점이 늦어졌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인하 속도나 폭 역시 느리고 작을 것이라는 예상이 늘어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이미 비싼 데다 금리 민감도도 큰 기술 기업을 팔고 경제 성장의 수혜를 보는 금융, 헬스케어 등 전통 산업 주식으로의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 나스닥 시장의 급락 기간 동안, 전통 대기업 위주의 다우존스 지수가 소폭 오른 것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미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다. 총격 이후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서 과거 집권 당시의 정책과 그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과 건강을 이유로 후보 사퇴하면서 대선 결과와 그 이후의 정책 방향에 대한 혼란이 더해졌다. 특히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무역 갈등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데, 투자자 입장에서 이러한 불확실성은 반갑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번 하락은 추세라기보단 조정의 성격이 강하다. 인공지능 산업의 거품 붕괴로 보기에는 현재 흐름을 주도하며 주가가 크게 올랐던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탄탄하다. 미국 경제도 호조세를 이어가며 전통 기업 주가 역시 안정적이다. 대선 불확실성이 하반기 내내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정치적 이슈가 미국 증시의 방향성을 완전히 바꾼 사례는 드물다.
주식시장을 관찰하다 보면 탐욕에 의해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공포에 의해 하락 폭이 과도해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러한 시점에는 실적이 탄탄한 기업들의 주가조차 못 오르거나 따라 내리는 경우도 있다. 현명한 투자자일수록 추세 상승 하에서의 주가 하락을 포트폴리오 점검과 매수의 기회로 삼는다. 지금도 같은 상황이다.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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