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프랑스 모두 한국을 우습게 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프랑스는 한국을 과연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IOC는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 성명을 발표하면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을 잘못 표현한 것에 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전했다. IOC는 “이 문제는 인적 오류로 확인됐으며, IOC는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설명했다.
인적 오류라고 하면 사람이 실수했다는 의미다. 국가명을 쓰는 직원이 개인적으로 잘못했다는 뜻이다. 국제 관례상 국가명을 잘못 사용한 것을 개인 잘못으로 넘기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한국과 북한을 똑바로 구별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IOC 또는 최소한 프랑스 내부에서 있다는 의미다.
국제 행사에서 국가명을 잘못 쓴 것은 엄청난 결례며 상대국에 대한 무시다. 대한체육회뿐만 아니라 문체부, 외교부가 나서 자초지종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에서 열린 국제행사에서 우리가 다른 나라 국가명을 잘못 발언했다면 어땠을까. 오명된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엄청나게 한국을 비판하면서 이의를 제기했을 게 분명하다.
IOC는 영어 등 공식 계정이 아닌 한국어 계정에만 사과문을 올렸다. 물론 한국에게 사과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영어 등 다양한 IOC 공식 언어로 된 계정에서 사과하지 않은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한국어 SNS에 글을 올리고 대통령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 한국만 달래면 된다는 것인가. IOC 태도가 고압적이며 무례하게 느껴진다.
바흐 위원장 명의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한 사과 서한에서도 IOC는 예의를 잃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정강선 대한민국 선수단장 이름에서 성과 이름을 일관성 있게 구분하지 않았다. 유인촌 장관은 ‘Mr Yu in Chon’이라고 적었다. 반면 이기흥 회장은 ‘Mr Kee Heung Lee’로 표현했다. 정강선 단장은 ‘Jeong Gang Sun’이라고 적었다. 유 장관과 정 단장은 성과 이름 순으로 이름을 적은 반면, 이 회장은 이름과 성 순으로 쓴 것이다. IOC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는 이 회장 이름이 Lee Kee-heung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한 체육계 관계자는 “중요한 공문에서 같은 나라 고위층 이름을 서로 다르게 쓴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OC가 한국을 우습게 봤거나 아니면 우리가 IOC에 전달한 명단 또는 명함에 성과 이름 순서가 뒤섞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국제 스포츠계에서 존재감을 잃었거나 우리가 국제 행정을 국제 표준에 맞추지 못했다는 의미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상욱(대전시청) 소식을 전하면서 이름을 오기해 빈축을 샀다. 조직위는 오상욱 영문 이름 ‘Oh sanguk’을 ‘Oh sangku(오상구)’로 오기했고, 팬들이 댓글을 통해 비판하자 정정했다.
개막식 국가명을 잘못 전달한 데다 금메달을 따낸 선수 이름까지 잘못 내보냈으니 이쯤 되면 IOC뿐만 아니라 프랑스도 한국을 대충 보는 게 아닐까.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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