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세월호 리본 지우고 경위서까지 "자살골에 직원들 황당"

노지민 기자 2024. 7. 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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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기자, 데스크 의견 동의해 수정 요청" 입장에 "책임 회피, 파렴치한 행동"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2024년 7월25일 KBS '뉴스9' 화면 중 취재기자 노트북에 부착된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에 모자이크 된 장면. 사진=KBS '뉴스9' 갈무리

KBS가 뉴스 생중계를 맡은 취재기자 노트북의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다시 보기 영상에서 모자이크하고 떼어내게 한 뒤, 경위서를 내라는 지시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사측이 편향성을 키우고 취재기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내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KBS '뉴스9'는 '방송4법'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상황을 전하는 생방송 뉴스가 나간 뒤, 다시보기 영상에서 취재기자 노트북에 붙어 있는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유튜브에 게시된 뉴스 전체 영상에선 관련 보도가 삭제됐다. 심야 시간대 '뉴스라인'에서도 국회 중계를 맡은 기자의 노트북에는 세월호 리본이 떼어져 있었다.

이 일로 언론 보도와 정치권 비판이 이어지자 KBS 사측은 26일 “KBS는 보도내용과 무관한 상표나 표식을 화면에 노출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갖고 있다. 담당 기자는 이런 데스크의 의견에 동의해 직접 영상 수정을 요청하였다”며 “관련해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내부 방침'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회사 입장에 곧바로 사측이 책임을 취재기자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복수의 KBS 관계자 등에 따르면 KBS 사측 인사가 취재 기자에게 세월호 추모 리본 관련 질책을 한 뒤, 직접 조치를 취하게끔 했다고 알려졌다. MBC는 담당 기자에게 경위서를 내라는 지시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정치부장, 반장 등 부서 데스크들이 담당 기자에게 말도 안 되는 지적을 하며 수정을 지시해 수정하게 만들어놓고 마치 담당기자가 스스로 수정한 것인냥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데스크로서 책임을 지지는 못할망정 그 책임을 취재기자에게 돌리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런 말도 안 되는 입장문을 내도록 눈을 감은 장한식 보도본부장, 최재현 통합뉴스룸 국장 발령자, 나아가 낙하산 박민 사장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KBS 사측과 보도본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현장 취재기자에게 지우려는 짓을 즉각 중단하고 사죄하라. 또한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마저 저버린 정치부 데스크와 간부들 모두 자격없다.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KBS같이노조는 같은날 사측을 향해 “회사가 어렵다고 강변하면서 한편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자살골에 직원들은 황당함만 느낀다”며 “블러(모자이크) 처리를 지시한 자는 노란 리본이 정치적이라며 중립을 지키기 위해 지시했다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멀쩡한 방송에 블러 처리를 하고, 다시보기를 삭제한 행위가 오히려 우리 뉴스를 더 편향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노란 리본과 세월호에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모든 걸 진영으로 판단하는 수뇌부는 정치병에서 깨어나라”며 “원칙과 규정에 맞게 처리되는 일관성을 보여주기 바란다. 보도본부는 누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서 방송을 수정하고 삭제했는지 밝히라”고 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이번 사태를 “과도한 검열을 통해 세월호 노란리본에 정치적 낙인을 찍어 혐오를 재생산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정치색과 상관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세월호 노란리본을 통해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특정 방송사의 조치에 대해서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답을 피했다. 이 후보자는 2022년 본인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 관련해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들이 노란 리본으로 온 나라를 뒤덮더니”라고 밝혀, 사회적 참사를 정치적 사건으로 비틀고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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