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부자 증세’ 합의한 G20 회의, 부자 감세로만 가려는 한국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이 초부유층의 부유세 부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5~26일 브라질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 합의문에는 “초고액 자산가에게 효과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도록 협력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국제적 차원에서 부자 증세 논의의 첫발을 뗀 셈이다. 맹목적인 부자 감세에 기울어진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와 대비된다.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 주요 의제는 초부자 증세였다. 의장국인 브라질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재산이 있는 전 세계 3000명 초부자에게 보유 재산의 2%를 매년 ‘최소 세금’으로 매기자고 제안했다. 프랑스·스페인·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찬성했지만 ‘2% 최저세율’까지 합의하지 못했다. “세금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조율하기 매우 어렵다”(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등 국가별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마다 자산평가·과세 방식이 다르고 국가 간 정보교환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초부자 증세 합의문이 나온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초부자 증세’ 논의에는 부의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가 전 세계적 갈등을 유발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소수의 초국적 자본이 독과점으로 거대한 부를 확장하고 있지만, 조세도피처 등 ‘합법적 탈세’는 늘고 있다. 반대로 저개발 국가에 대한 노동 수탈은 교묘해지고 전쟁과 기후변화로 식량이 부족한 지역은 넓어지고 있다. 이런 부의 양극화가 경제적 약자의 빈곤과 이민 행렬과 혐오와 차별을 키우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부자 감세’만 금과옥조처럼 받들고,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엔 상속세 자녀 공제 금액을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높여주는 감세안이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17억원짜리 서울 아파트 한 채를 배우자와 자녀 1명에게 물려주더라도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된다. 지난해 상속세를 낸 사람은 전체 피상속인의 6.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대표적 초부자 세금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일괄공제 금액을 10배나 높이겠다는 것이다. 근로소득세 최고세율(45%)보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발상이 합당한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으로 상대적 빈곤감이 증폭되면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산 격차와 불평등은 커지는데 부자 감세만 골몰하는 사회가 윤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한 사회인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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