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가치 네트워크에 주목하라] 라이벌이자 파트너… AI폰 생태계엔 적도 친구도 없다
삼성, 구글·퀄컴과 협업 맺지만
반도체·스마트폰 등 '경쟁관계'
애플, 오픈AI와 늦은 동맹 연합
"지난 10년간 삼성전자와 긴밀하게 협력해 모바일 컴퓨팅 영역을 혁신했다.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6·Z플립6'는 삼성과 구글이 이뤄내고자 하는 혁신의 원동력이 돼, '갤럭시 AI'의 차세대 경험을 구현할 것이다."
인공지능(AI) 경쟁이 손 위의 '스마트폰'으로 확산되면서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한 합종연횡이 숨 가쁘게 일어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구글, 퀄컴 등과 동맹을 맺고 '연결의 힘'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폴더블'과 'AI'의 공진화가 가지는 힘을 보여준 삼성전자는 더 큰 파워를 만들어내기 위해 글로벌 대표기업들과 손잡고 협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 등과 손잡고 올 초부터 '갤럭시S24' 시리즈에 구현한 '갤럭시 AI'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2억대의 갤럭시 기기에 '갤럭시 AI'를 확산한다는 목표다.
언팩에서 연사로 나온 릭 오스터로 구글 총괄부사장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이어 AI까지 삼성과의 '넥스트 협업'을 선언했다. 오스터로 부사장은 지난 4월 방한 당시에도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을 만나 동맹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지난 2010년부터 '갤럭시S'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면서 협력을 본격화했다. 신형 AI 폴더블폰에서는 구글 '제미나이'를 활용한 '서클 투 서치', 유튜브 영상 검색, 생성형 이미지 편집 등을 녹여 넣었다.
삼성은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를 탑재하고 '폰 위의 AI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퀄컴은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경쟁력을 뒷받침해 올해 AI SoC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생태계에서는 적과 아군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구글, 퀄컴은 삼성과 협업 관계이면서 경쟁도 한다. 삼성과 퀄컴은 '엑시노스'를 둘러싸고 AP 경쟁을 하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구글은 삼성과 OS, AI 협력을 하면서도 '픽셀폰' 등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한다. 구글은 내달 13일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에서 제미나이 기반 기능을 추가한 스마트폰 '픽셀9' 시리즈를 공개한다. 이미 자체 OS를 확보하고 있는 구글은 자체 칩 '텐서 G3'와 자체 AI 모델을 탑재한 독자 스마트폰도 만들어 협업과 견제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구글과 협력하면서 독자적인 AI 기능 강화를 위해 R&D와 외부 협력, 인수합병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AI 구현에 필요한 지식 그래프 기술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맨틱 테크놀로지'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AI의 부상은 폰 산업의 지형도를 흔들고 있다. 생성형AI 열풍에도 한동안 독자 노선을 고집했던 애플이 최근 철옹성 전략을 내려놓고 동맹 연합 구축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오는 9월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6'을 출시하는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자체 AI 기능을 완성하기 위해 외부에 손을 내밀고 있다. 'AI 지각생'으로 불렸던 애플은 지난달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오픈AI와의 협업을 발표하면서 자체 AI 모델을 완성하기 전 챗GPT를 파트너로 초청했다.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는 대화형 비서로 전환해 오픈AI의 생성형 AI인 'GPT-4o'도 구동할 전망이다. 애플은 최근 오픈AI 이사회에 옵서버(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하면서 이사회 진출까지 나섰다.
애플은 구글 등 다른 빅테크뿐 아니라 바이두 등 중국 업체들과의 AI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구글과도 오는 9월 최신 스마트폰 공개 행사에서 아이폰 신모델에 AI 모델을 탑재하는 협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거대한 자본과 인력,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대표 기업이라도 AI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는 단독 플레이로 살아남을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애플이 대규모언어모델(LLM)과 AI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대신 맞춤화된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자체 설계한 칩으로 자체 기기에서 실행되거나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실행되도록 해 품질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세계 대표 기업들이 손잡고 진화시키는 AI폰은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한 AI폰 인도량이 올해 2억4000만대 정도로, 전체 인도량의 약 2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중 생성형AI폰 비중이 11%에 이르고, 오는 2027년에는 43%까지 늘어나 5억5000만대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에 이어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가 동참하고, 애플까지 제품을 내놓으면서 AI폰 시장은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AI를 통합한 '하이브리드 AI'가 주류 모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 또한 하이브리드 AI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언팩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 AI'는 하이브리드 AI를 강조하는데,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베이스를 최적화해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며 "삼성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AI, LLM 기반 기술과 타사의 AI를 기능별로 최적화해 성능과 안정적 경험을 제공하겠다. 제조사가 가진 강점을 기반으로 협력도 하고 경쟁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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