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움이 연속되는 선거 [세계의 창]

한겨레 2024. 7. 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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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직후인 2020년 8월12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냉소적인 사람들이나 음모론자들은 모든 게 막후에서 결정된다고 믿는다. 그들은 미친 외톨이의 행동으로 보이더라도 사실은 음모를 꾸미는 조직의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놀라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최근 몇주 동안 프랑스를 시작으로 선거와 관련해 아주 놀라운 일 세가지가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국민연합이 거의 3분의 1을 득표하면서 1위를 기록했다. 국민연합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반응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에 실시한 총선 1차 투표에서도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정말 놀라운 것은 결선에서는 좌파와 자유주의자들이 협력해 극우가 3위로 내려앉았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놀라운 소식은 이란에서 개혁주의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당선자는 서구와의 핵 협상 재개를 공약했고 사회 문제에서도 관용적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를 그만둔 것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제 그 자리를 차지했다. 부통령으로서 그는 한 일이 많지 않다. 그는 이민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역할을 부여받고 중미 국가들을 방문했다. 지난해 12월 정점을 기록한 무단 월경자 수가 줄기는 했어도 노력에 비해 별로 좋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또 투표권이나 임신중지권을 옹호하는 역할을 했지만 중요한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해리스는 수줍어하는 사람이 아니다. 전에는 매우 유능한 검사였다. 조 바이든의 그늘에 가리는 것은 그한테 어울리지 않았다. 이제 해리스는 움츠렸던 근육을 다시 풀고 있다. 잠재적 대통령 후보가 된 첫날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지지를 얻어내려고 10시간 동안 100명에게 전화를 돌렸다. 주목을 끄는 연설을 하면서 9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와의 토론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검사 내지 상원의원 경력을 생각할 때 그는 트럼프와의 어떤 논쟁에서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닐 것이다.

해리스는 어쩔 수 없이 바이든 행정부의 기록을 갖고 싸워야 한다. 그는 경제를 화석연료 시대에서 벗어나게 만들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의 정책을 계속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기후 정의와 재분배 정책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보다 일관된 지지자다.

해리스는 대외 정책 분야에서는 몇가지 도전을 안고 있다. 그는 가자지구 전쟁을 다루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보다 비판적이다. 이는 젊은층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워싱턴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직후 가자지구의 고통에 대해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해리스와 바이든은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두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이후 두 사람은 입장을 바꿔 추가 관세 부과를 지지했다. 해리스는 상원의원 때 홍콩, 신장,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을 호되게 비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미-중 관계를 풀기 위해서도 같은 노력을 할 것이다.

해리스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위기와 강조점은 다소 다를 것이다. 그는 여성의 권리와 인종적 정의를 중심에 둬왔다. 바이든보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더 초점을 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유능한 검사들처럼 필요하면 거래를 하는 실용주의자다. 해리스는 젊고, 예리하고, 좀 더 진보적이기 때문에 바이든과 분명히 다르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한 일을 충실히 진행할 것이다.

한달 전과 달리 미국 대선은 놀라운 일이 가득하다. 음모론자들이나 냉소주의자들의 무시와는 달리 사람들은 투표라는 간단한 행위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 투표만이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은 아니다. 투표가 가장 중요한 정치 사안도 아니다. 그러나 투표는 전체적으로 볼 때 여전히 놀랍도록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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