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형 `레퍼런스 포트폴리오` 후보는?

2024. 7. 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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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원 현대차증권 상무

지난 5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2024년 3차 회의를 열어 그간 준비해온 '기준 포트폴리오(Reference Portfolio) 도입 방안'을 심의 의결하였다. 국민연금이 이렇게 향후 기금운용에 있어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는 이유는 최근에 언론을 통해 자주 언급되는 연금개혁과도 무관하지 않다. 만일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을 현재 대비 1.0%포인트 높일 수만 있다면 보험료율 인상 없이도 기금 고갈 시점을 4~5년 정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10년 이상 기금운용 방안을 고려하는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레퍼런스 포트폴리오'로 불리는 준거 포트폴리오의 역할을 무엇일까? 캐나다의 국민연금 CPP 인베스트먼츠(Investments)와 뉴질랜드 노령연금기금(Super Fund) 등 글로벌 주요 연기금은 모두 벤치마크 준거 포트폴리오가 존재한다. 준거 포트폴리오는 기금의 장기 수익 목표와 위험선호 수준을 의미한다. 연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준거 포트폴리오 도입이 필수적이다. 또한 준거 포트폴리오는 기금자산 배분의 벤치마크 역할을 담당한다. 벤치마크(Benchmark)란 투자에 있어 평가기준이다. 국내주식 투자의 벤치마크는 한국종합주가지수(KOSPI)가 될 수 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성과는 KOSPI와 비교해 수익률 및 위험 등을 평가한다. 해외주식, 국내채권이나 해외채권 등 특정 자산군의 벤치마크를 설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자산에 동시에 투자하는 자산배분의 경우 벤치마크를 설정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이다.

해외 주요 연기금은 접근성이 용이한 주식과 채권으로 준거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매우 단순한 구조이다. 캐나다 CPP의 준거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주식의 비중이 85%이며, 캐나다 국채 비중이 15%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은 글로벌 주식과 글로벌 채권에 각각 65%와 35% 배분해 매우 단순하다. 이러한 준거 포트폴리오는 누구나 쉽게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복제 가능하다. 투자 벤치마크는 높은 범용성과 보편성이 선정기준이 되는 것이다. 캐나다 CPP와 뉴질랜드 슈퍼펀드의 기금운용은 평균적으로 기금운용 수익률을 준거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대비 연 +80bp(1bp = 0.01%포인트) 이상의 초과수익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2026년 국민연금이 도입할 한국형 준거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캐나다와 뉴질랜드를 비교하면 사소한 차이가 존재한다. 두 연기금 모두 주식과 채권으로만 구성되었다. 하지만 캐나다 CPP내 주식은 '캐나다 주식을 포함한 글로벌 주식'으로 구성한다. 반면 뉴질랜드는 글로벌 주식(비중 75%)과 뉴질랜드 주식(비중 5%)을 합친 80%를 준거 포트폴리오내 주식에 배분한다. 또 캐나다 채권 비중은 Canadian Governments Bonds로 15%가 배분된다. 반면 뉴질랜드 채권 비중은 Global Fixed Income이며 벤치마크 지수로 'Barclays Global Aggregate Total Return Index hedged to NZD' 명시되었다.

2023년 기준 국내 주요 연기금의 자산군별 평균(산술평균) 비중을 보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국내 주식과 해외주식 비중은 각각 15.1%와 22.5%이다. 또 국내채권과 해외채권에 각각 31.0%와 6.5%를 배분했다. 종합해보면 국내 연기금의 자산배분은 채권은 국내채권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국내주식 비중 또한 상당히 높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한국형 준거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주식(55.0%), 국내주식(10.0%), 국내채권(35.0%)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렇게 구성할 경우 최근 5년 동안 한국형 준거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동기간 국내 연기금 수익률(국민연금,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의 산술평균 수익률)과 비교해 보았다. 2019년 1월부터 2023년 12월말까지 5년동안 한국형 준거 포트폴리오는 누적으로 49.4%, 국내 연기금의 수익률은 40.9%를 기록했다. 수익률을 연 환산으로 비교하면 최근 5년 한국형 준거 포트폴리오는 연 9.0%, 국내 연기금은 7.3%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연기금이 준거 포트폴리오를 도입해 수익률 제고를 위해 안정적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여기서 제시한 한국형 준거 포트폴리오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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