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 사망 사건은 지휘라인 책임도 엄히 물으라는 유엔 권고
한국의 ‘고문 및 그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관련 제6차 보고서를 심의한 유엔고문방지위원회가 지난 26일 최종 견해를 발표했다. 그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이 ‘군 사망 사건에 대한 독립적 조사와 책임 규명’을 권고한 대목이다. 위원회는 “독립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고 지휘체계에 있는 자의 책임을 규명”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7월26일까지 조치 결과를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위원회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대목은 채 상병 사망 사건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독립적인 조사’와 ‘지휘체계에 있는 자의 책임 규명 및 사법처리’를 권고했는데, 채 상병 사망 사건에선 이 두 가지가 모두 부정되었다. 도리어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지휘라인의 법적 책임을 물으려 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실정이다. ‘제6차 유엔 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은 “채 상병 사망 사건, 훈련병 사망 사건 등 군 내 사망 사건 수사의 독립성 문제와 지휘책임자에 대한 불처벌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위원회의 권고 취지는 한국의 현행 제도에도 이미 담겨 있다.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군사법원법은 군인이 사망에 이른 범죄를 민간 경찰이 수사하도록 돼 있다. 군 지휘부의 영향력 바깥에 있는 민간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제도 취지는 채 상병 사망 사건에서 무색해졌다. 해병대 수사단 조사에 외압이 가해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하지 않은 사건기록이 경찰에 이첩됐고, 경찰은 임 전 사단장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대통령실이 국방부와 경찰을 조율한 정황도 드러난 터다.
위원회 권고대로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지휘라인 책임을 규명하는 현실적 방법은 특검밖에 없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당은 재의결을 부결시켰다. 무엇을 감추려고 인권 후진국 오명을 뒤집어쓰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채 상병 특검 필요성을 공언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이 정부가 말하기 좋아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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