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좋아요’의 무게
독일에서는 페이스북·유튜브 등의 ‘좋아요’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정부가 지난 6월 테러를 선동한 외국인의 추방 절차 간소화 법안을 내놓으면서, 테러 미화 게시물에 단순히 ‘좋아요’만 누른 사람도 추방할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이모지’(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그림 형태의 문자)만으로 추방하는 이 법안이 이민자 혐오를 등에 업고 극우가 득세하는 사회적 흐름과 무관치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에서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좋아요’ 논쟁이 빚어졌다. 이 후보자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은) 폭도들의 선전·선동에 의한 것”이라는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 비판받자, “제게 도움을 주셨던 분들의 글에 무심코 ‘좋아요’를 누른 것뿐”이라며 ‘좋아요 연좌제’라고 맞섰다.
이 후보자의 ‘좋아요’ 논란은 독일에서의 논란과 성격이 다르다. 단순한 ‘좋아요’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테러 동조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이지만, 공직 후보자가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한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은 당연히 청문회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르는 ‘좋아요’의 적절한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진다. ‘좋아요’는 분명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취향을 드러내는 방법이지만,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좋아요’의 무게는 때와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부여되곤 한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로는 아무 실천도 하지 않으면서 기후위기 게시물에 열심히 ‘좋아요’만 누르며 자기합리화를 하는가 하면,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다니다 문제가 되면 ‘손가락 운동’일 뿐이었다며 자신의 행동 무게를 희석한다.
그러나 각자 별생각 없이 누른 ‘좋아요’가 모여 누군가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파워 유튜버가 돼서 권력을 갖게 된다. 아무런 수고도 필요치 않은 나의 작은 클릭 하나가 자격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 번 더 손가락을 멈칫하게 된다.
정유진 논설위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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