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공간에 4500명 몰려 … 제2의 이태원 될뻔한 성수동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4. 7. 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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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는데 사람들이 계속 밀치고 들어오는 거예요. '이태원 참사가 이랬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겁이 났어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음악 공연에 많은 인파가 몰려 여러 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가운데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3층 수용 인원인 1000명을 초과하는 인파가 한 번에 몰리자 공연 관계자는 3층 출입문을 통제했으나 사람들이 계속 몰렸고 "들여보내달라"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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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룸 서울' 압사 우려 중단
세계적 DJ 페기 구 공연 보러
수용인원 2배 인파 한번에
호흡 곤란·눕는 관중까지
한시간반만에 겨우 퇴장 완료
"주최측, 티켓 너무 많이 팔아"
28일 새벽 서울 성동구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보일러룸 서울 2024'에서 관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서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이날 관객 5명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등 압사 우려가 제기돼 오전 1시께 공연이 중단됐다. X 캡처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는데 사람들이 계속 밀치고 들어오는 거예요. '이태원 참사가 이랬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겁이 났어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음악 공연에 많은 인파가 몰려 여러 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가운데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연 주최 측이 정원 이상으로 표를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과 2년 전에 있었던 이태원 압사 사고를 잊은 듯한 안전 불감증에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8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0시 40분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 D동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보일러룸 서울 2024'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위험하다는 내용의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5명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등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날 공연은 27일 오후 9시에 시작돼 28일 오전 4시에 끝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공연이 진행된 에스팩토리 D동은 총 4층짜리 철제 조립식 건물로, 1층과 3층에 마련된 댄스 플로어에서 시간대별로 다른 디제이(DJ) 공연이 이뤄지고 4층은 휴게 공간과 물품 판매 공간으로 사용됐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한국 출신 세계적 DJ인 페기 구가 새벽 1시에 3층에서 진행하는 공연이었다. 자정께가 되자 티켓 구매자 대부분이 페기 구의 공연을 보기 위해 3층으로 몰렸다. 3층 수용 인원인 1000명을 초과하는 인파가 한 번에 몰리자 공연 관계자는 3층 출입문을 통제했으나 사람들이 계속 몰렸고 "들여보내달라"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날 3층에 있었다는 김 모씨(31)는 "밀폐된 실내 공간에 냉방 시설도 충분하지 않아 호흡곤란을 호소하거나 바닥에 눕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온실 같은 현장에서 행사를 취소할지 말지 실랑이를 한 시간 정도 벌였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당국의 행사 중단 결정 이후 새벽 1시께 퇴장이 시작됐지만 완전히 빠져나간 것은 2시 반이 다 돼서였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보일러룸 주최 측은 행사 중단 후 티켓 구매자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사과한 뒤 "공연 조기 중단 상황은 저희의 통제를 벗어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공연 주최 측이 애당초 공연장 수용 인원보다 더 많은 티켓을 판매한 것이 문제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에스팩토리 D동의 1층과 3층 수용 인원은 각각 1000명이지만 이날 소방당국은 공연 현장 관람 인원을 4500명으로 추산했다. 공연 참석자들은 새벽 1시까지 입장하지 못한 줄이 건물 한 바퀴 반을 돌았던 만큼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인원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티켓 구매자 A씨는 "페기 구 공연 시간을 전후로 사람들이 몰리면 스테이지 입장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 공연 문의처에 층별 수용 인원을 미리 물어봤지만 '0시쯤 와도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고 허용 인원은 대략 3000명'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주최 측 공연 진행요원이 부족했고 사전 안전 공지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동민 한국교통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1㎡ 면적에 4~5명이 몰릴 경우 압사 위험이 커져 절대 2~3명을 넘기면 안 된다"며 "사람들이 몰려 넘어지면 흉부나 기도가 눌리고 호흡곤란으로 심정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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