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이어 도요타 올라탄 LG … 車부품 전방위 '드라이브'
사토 사장 작년 9월 극비방한
올해도 들러 전장기술 확인 후
LG 경영진 日본사 전격 초대
전자·엔솔·디스플레이 등
전장 핵심 경영진 원팀 구성
도요타 본사서 '테크데이'
아키오 회장 면담 가능성도
LG, 솔루션기업 변신 탄력
LG그룹의 핵심 경영진이 '원팀'으로 글로벌 자동차 본사를 대거 방문하는 것은 자동차 부품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지를 보여준다.
LG그룹 계열사들은 지난 3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본사를 찾아간 데 이어 오는 9월에는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본사를 방문해 비공개 LG 테크데이를 개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권봉석 (주)LG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를 포함한 LG 계열사 임원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LG 경영진은 최첨단 LG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기술과 제품을 도요타에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LG 경영진은 사토 고지 사장을 포함한 도요타 경영진과 전기차,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동맹을 위한 전략적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토 사장은 LG그룹 초청으로 작년 9월 극비 방한해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까지 찾아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정을 눈으로 직접 살펴봤고 공급 계약을 협의했다. 그는 올해도 한국을 찾아 LG전자의 전장과 자율주행 기술을 확인했으며 LG 경영진을 도요타 본사로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경영진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과 면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그룹은 지난해 도요타에 직접 납품하는 'Tier 1'(1차 협력사)으로 올라서면서 전사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 1위 기업인 도요타는 전동화 전환 속도를 조절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도요타는 2030년까지 8조엔(약 72조원)을 투입해 30종의 전기차와 자체 배터리를 생산하고 연간 전기차 35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LG그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LG그룹 전장 사업은 LG전자를 중심으로 LG이노텍·LG디스플레이 등이 각자 역할을 분담한다. 우선 LG전자 전장 사업의 경우 VS사업본부(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자회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자회사 ZKW(차량용 램프)에서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 매출액 2조6919억원, 영업이익 8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전 분기를 통틀어 최대치,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시적인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도 프리미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의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며 성장을 지속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신제품과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 안전·편의 장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전장 사업의 매출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도요타에 30조원 이상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게 됐고, LG화학은 도요타에 2조8600억원 규모의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디스플레이도 도요타에 대한 일부 차량용 디스플레이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자율주행과 전기차 관련 주요 부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센싱·통신·조명모듈 등 전장 핵심 부품을 앞세워 사업 구조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그룹은 독일 자동차 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와도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3월 LG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본사를 방문해 LG 테크데이를 열고 자사 전장 기술을 소개하면서 자동차 부품·소재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동차 산업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추진할 방법을 논의했다"며 LG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구광모 회장은 2018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LG를 가전·휴대폰 중심에서 전장 회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LG그룹은 직접 자동차를 제조하지 않을 뿐, 미래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부품·소재 대부분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미국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는 구 회장을 자동차업계에 영향력이 있는 인사 10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LG그룹 사업 롤모델은 가전 업체에서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한 일본 히타치와 유사하다. 히타치는 디지털 솔루션을 주전략 사업으로 선택하고 텔레비전, 화력발전 등을 정리했다.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신사업 육성에 집중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실제로 LG와 히타치 경영진은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매년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도 히타치와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그룹 회장은 2022년 한일 재계회의 참석차 방한했다가 이재용 삼성 회장과 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났고, 최근에도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승주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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