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1조7000억 들여 인재 육성 사활···지방 소도시에 AI 기초강좌 개설
2부. 인재 강국의 비결- <중> 산업 양성 앞장선 정부
IIT서 글로벌 인재 빨아들여
스타트업엔 GPU 1만개 지급
민간투자도 4.5조 '세계 5위' 중>
올해 2월 인도 정계에서 화제가 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인도의 한 언론인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파시스트인가?”라는 질문을 구글 대규모언어모델(LLM)인 제미나이에 던지자 “모디 총리는 파시스트로 볼 수 있는 정책을 실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제미나이는 “인도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이 힌두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반대 의견에 대한 탄압, 소수 종교를 향한 폭력 등을 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던 인도 정부는 발칵 뒤집어졌다. 이 사태 직후 인도 정부 내부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인공지능(AI) 도구를 공개하기 전에 정부 승인을 받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왔으나 막판에 철회된 것으로 전해졌다. AI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장 동력을 꺾으면 더 큰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실제 인도 정부는 ‘제미나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3월 향후 5년간 컴퓨팅 인프라 개발과 인재 육성 등에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7000억 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AI 5개년 투자 계획’을 승인했다.
이 투자 계획에는 개당 가격이 최대 수천만 원에 이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최대 1만 개까지 인도 내 스타트업에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28일 “메타와 같은 미국 빅테크도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AI 가속기를 구매하기 위해 몇 달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라 스타트업들은 더 형편이 어렵다”며 “인도 정부가 나서 AI 시대의 전사들에게 칼을 쥐어주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가 대대적 AI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에는 민간기업들이 신산업 혁신을 이끌었지만 점점 투자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면서 정부 지원 없이는 경쟁에서 생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반도체 팹(공장) 하나 짓는 데 최소 20조 원이 들어간다”며 “정부 도움이 없다면 지속적인 투자가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 정부가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인도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공대로 통하는 인도공과대(IIT)를 필두로 전 세계에서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IIT에 응시하는 인도 고교 졸업생만 매년 1200만 명에 달한다. 매년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그나마도 최우수 인재는 의대로만 몰리는 우리나라와는 경쟁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구도인 셈이다.
자연히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도 민간 부문의 AI 관련 투자 금액은 32억 4000만 달러(약 4조 5000억 원)에 달해 미국·중국·영국·이스라엘에 이어 전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올해 초 IBM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인도 기업의 74%가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인도 내 기업들은 지난 24개월 동안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 자체 솔루션 개발 등에 집중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향후 AI 시장의 2인자 자리를 두고 중국과 인도의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인도의 AI 시장은 2027년까지 170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인도 AI 인재에 대한 수요 역시 2027년까지 매년 15%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도 브랜드자산재단(IBEF)은 인도의 AI 관련 지출이 2018년에 6억 6500만 달러에서 이후 연평균 39%씩 증가해 2025년에는 117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인도의 AI 정책은 어느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인도 정부는 공공 정책 싱크탱크 등을 중심으로 AI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2018년 AI 국가 전략 지침인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 전략이 이미 발표됐고 2021년에는 AI의 윤리적 고려 사항을 다룬 운영 원칙이 나오기도 했다. AI와 관련한 정책적 짜임새가 우리나라보다 몇 수는 더 앞서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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