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큐텐, 긁지 않은 복권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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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사고 싶습니다. 돈은 없어요. 그 대신 저희 꿈으로 지불하죠."
그 꿈은 시장에서 잘 팔렸다.
꿈의 현실성이 의심받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꿈을 한 번 더 팔아 문제를 해결하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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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사고 싶습니다. 돈은 없어요. 그 대신 저희 꿈으로 지불하죠."
그 꿈은 시장에서 잘 팔렸다. 티몬·위메프 대주주인 큐텐의 꿈이다. 2022년께 구영배 대표가 이끄는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하고 싶었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그래서 큐텐과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주식을 인수 대금 대신 내밀었다.
큐익스프레스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면 모두 큰돈을 만질 수 있을 것이란 꿈이었다. 마침 투자업계에서는 기업의 꿈으로 주가를 평가하는 주가꿈비율(PDR) 같은 용어가 통용될 때였다. 구 대표가 G마켓을 나스닥에 상장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꿈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그렇게 '긁지 않은 복권'이 거래 대가로 인정되며 큐텐그룹은 몸집을 불릴 수 있었다.
꿈의 현실성이 의심받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큐텐그룹이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미국 위시까지 인수하며 덩치를 더 키웠는데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자는 줄지 않았고, 자본잠식은 나날이 심각해졌다.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재무 건전화 방안을 찾아야 할 때였다. 그런데 꿈을 한 번 더 팔아 문제를 해결하려 들었다. 5만원짜리 상품권을 4만5000원대로 내려 판매했다. '꿈같은 가격'에 소비자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상품권깡'은 이 업계에선 '재정난'의 대표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대형 셀러들 위주로 탈티메프가 시작됐고, 미정산 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산업계 뇌관으로까지 부상했다.
직접 수습하라는 목소리가 쏟아지는데도 구 대표는 잠잠했다. 그러다 지난 26일 돌연 큐익스프레스에서 사임했다. 이어 큐익스프레스는 "관계사의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의 비즈니스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전국 피해 고객과 셀러가 잠 못 들고, 그저 평범한 직장인일 뿐인 임직원이 비난을 받아내는 동안 그룹의 수장이 가장 시급하게 처리하고 싶었던 건 큐익스프레스와의 거리두기였다. 여전히 그에겐 나스닥 상장의 꿈이 더 중요한 것일까.
[박창영 컨슈머마켓부 hanyeahwe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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