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정신 나간' 성심당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4. 7. 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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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13만원'이 뚝 떨어진다.

기름 풀로 채우고 머리 식힐 겸 드라이브한 뒤, 순댓국 한 그릇 먹고 오겠다부터 간병인 일당이 13만원이다, 계좌로 무통장 입금해주면 교통카드 충전하겠다는 글까지 줄줄이다.

꽤 다양한 일을 벌일 수 있는 13만원.

KTX 열차 왕복에, 성심당표 망고빙수까지 배 터지게 먹고 와도 13만원은 안 넘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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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13만원'이 뚝 떨어진다. 그대라면 무엇을 하겠는가.

궁금해서 검색창에 '13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쳐 봤다. 기름 풀로 채우고 머리 식힐 겸 드라이브한 뒤, 순댓국 한 그릇 먹고 오겠다부터 간병인 일당이 13만원이다, 계좌로 무통장 입금해주면 교통카드 충전하겠다는 글까지 줄줄이다. 꽤 다양한 일을 벌일 수 있는 13만원. 요즘 13만원쯤은 우스운, '초럭셔리' 여름 간식이 있다. 이게 재미있다. 이율배반적이게도, 주인공이 '서민 여름 별미'의 대명사, 빙수여서다.

우선 '서민' 수식어의 역사부터 보자. 빙수의 존재가 부각된 건 조선시대부터다. 당시만 해도 '얼음'은 왕이 하사해야 맛볼 정도로 귀한 존재였는데, 일제강점기 제빙 기술이 도입되면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탈바꿈한다. 1921년 동아일보에는 '경성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빙수집이 187곳, 조선인이 운영하는 빙수집이 230곳으로 도합 417곳'이라는 보도 내용도 나온다.

기자 역시 '국민학교' 빙수 추억이 있다. 이름하여 '빙수 포차'다. 떡볶이 어묵 튀김과 함께 포차에서 파는데, 한 그릇 가격이라고 해 봐야 200원에서 300원 선이었다.

자, 지금부터는 빙수의 초럭셔리 반란. 서민 여름 별미가 '왕실'로 컴백한 듯한 분위기가 생겨난 건 비교적 최근이다. 모멘텀이 있다. 비싼 애플망고가 토핑으로 추가되면서부터다. 경쟁의 불씨(?)를 지핀 건 제주 신라호텔이다. 2008년께 제주 농가를 돕기 위해 '로컬 식재료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였는데, 이게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가 폭발한 거다.

도대체 얼마나 비싼 걸까. 올여름 '넘사벽' 1위는 잠실 시그니엘서울의 애플망고빙수다. 빙수 최초로 13만원을 찍었다. 웬만한 비즈니스 호텔 1박 가격인 것만 해도 살 떨리는데, 더 섬찟한 광경이 있다. 이걸 먹으려고 줄을 선다는 것. '망빙' 인증샷 자랑질이 유행하면서 생긴 기현상이다. 2위에 오른 곳은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의 애플망빙이다. 가격은 13만원에서 4000원 빠진, 12만6000원. 3위는 망빙의 원조 신라호텔이다. 사상 첫 10만원 돌파 빙수 기록을 세웠는데, 이후 시그니엘과 포시즌스가 치고 나오면서 10만2000원인 현재 가격은 3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호텔뿐만이 아니다. 카페나 프랜차이즈 빵집 빙수도 1만원대를 넘은 지 오래다. 이 와중에도 양심은 살아 있는 법. 착한 가격을 고집하는 한 곳이 유독 눈에 띈다. 최근 임대료를 놓고 코레일유통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대전 '전설의 빵집' 성심당이다. 성심당은 인절미 망고 딸기빙수 3종을 단 7000원대에 판매 중이다. 오죽하면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정신 나간 성심당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까지 올라왔을까.

누리꾼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대전 벗어나) 이제는 서울 진출 제발 해라" "진짜 정신 나갔다" "이러니 줄이 길 수밖에 없다" 등의 긍정 반응 일색이다.

이번 주말에는 SNS에 망빙 사진 올려야 된다며 호텔 노래 부르시는 와이프 손잡고 대전 성심당이나 찍고 와야겠다. KTX 열차 왕복에, 성심당표 망고빙수까지 배 터지게 먹고 와도 13만원은 안 넘을 듯싶다.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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