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잘린 마리 앙투아네트, 곳곳 동성애 코드…개회식 선정성 논란
여장을 한 남성 무용수들, 거의 알몸을 드러낸 가수, 핏빛 창가에 선 목이 잘린 마리 앙투아네트.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해 ‘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은 장면들이다. 다양한 성(性) 정체성을 평등하게 대우하는 등 프랑스 특유의 포용성을 앞세운 ‘열린 올림픽’을 표방했지만 과도한 연출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일부 장면은 개막식 시청자들이 여러 문화권과 모든 연령·종교 등에 퍼져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개막식 공연엔 성별을 구별하기 힘든 외모와 옷차림의 무용수·모델들이 여럿 등장했다. 짙은 화장에 치마 입고 춤을 추는 남성, 남성처럼 치장한 여성 모델 등이 나왔고 이 중 여럿은 선정적인 춤과 몸짓을 선보였다. 행사 도중 상영된 사전 제작 영상에선 남성·여성·성소수자로 추정되는 인물 세 명이 계단을 뛰어올라 한 방에 들어가 서로 포옹한 뒤 ‘방해 말라’는 듯 문을 닫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격렬한 반응이 쏟아졌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프랑스 문화의 강점을 잘 드러냈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었지만, “세계 각지의 보편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기엔 지나치다” “동성애와 다자(多者) 연애를 장려하는 거냐” “이건 올림픽이지 성인 영화가 아니다”라는 등의 비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비르아켐 다리에서 전신을 푸르게 칠한 프랑스 남성 가수 필리프 카트린이 거의 나체로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모로코·알제리·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검열돼 송출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카트린은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로 분장한 것이라고 했다. 노래 제목도 ‘벌거벗은(Nu)’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 장면을 놓고 “(출연자가 파격적 분장을 하는) 유로비전 콘테스트 무대라도 이런 연출은 너무 과하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마저 “개막식의 미적 통일성을 완전히 망친 장면”이라고 혹평했다.
이 장면이 나오기 직전 성인의 후광(後光)을 상징하는 듯한 왕관을 쓴 여성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여장 남성 모델(드랙 퀸)들이 늘어선 것을 보고 가톨릭과 보수적 기독교단을 중심으로 “(예수의) 최후의 만찬을 흉내 낸 신성 모독”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프랑스의 마지막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머리가 잘린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 것도 논란을 빚었다. 앙투아네트로 분한 가수는 프랑스 혁명 때 감옥으로 쓰였던 ‘콩시에르주리’의 창문에서 잘린 머리를 두 손으로 든 모습을 연출하며 헤비메탈 록 음악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노래 중 붉은 리본이 사방으로 뿌려졌다. 프랑스 혁명 당시 ‘단두대의 피’를 연상케 한 연출로 기발하다는 호평과 함께 “놀랍다 못해 기괴하다”는 반응도 쏟아졌다.
논란이 줄을 잇자 파리올림픽조직위는 27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개막식 하이라이트 영상의 댓글 사용을 중지시켰고, 28일에는 아예 영상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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