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4법’ 70시간째 필리버스터···‘25만원 지원법·노란봉투법’ 대치 반복 예고

이보라·문광호·민서영 기자 2024. 7. 28. 16: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 처리를 강행하자 국민의힘이 맞대응으로 신청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28일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안에 쟁점 법안인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 처리도 예고하면서 ‘법안 상정→필리버스터→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재의결’로 이어지는 여야 대치 국면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 중 세번째로 상정된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지난 25일 오후 첫번째로 상정된 방송통신위원회법 관련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뒤 이날 오후 5시 기준 필리버스터는 70시간 가까이 진행 중이다. 앞서 국회 본회의에서는 방송 4법 중 방통위법·방송법 개정안이 각각 상정돼 여당의 필리버스터와 야당의 강제 종료 후 단독 처리가 이어졌다.

방문진법 개정안은 앞서 처리된 방송법 개정안과 네번째로 상정이 예고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함께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세 법안은 각각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조정한다. 첫번째로 처리된 방통위법은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이날 방문진법 개정안 관련 세번째 필리버스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방송 4법 추진이 방송 장악 목적이라고 평가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언론 재갈 물리기행태를 비판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공영방송 장악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라며 “임기가 끝나가는 MBC 이사장을 사수해 MBC를 계속해서 민주당 편향 방송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계원 민주당 의원은 “방송의 공적책임 구현을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을 정치의 도구화하고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찬성 측으로 처음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결국 이 평행선의 줄다리기는 새로운 제도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결코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의 임명권을 인정하되 방송사 노동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인물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면 그것에 저항할 수 있도록 임명동의제를 실시하자”며 대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본회의 사회 거부를 두고 여야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민주당 소속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새벽 본회의에서 두번째 법안인 방송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한 뒤 주 의장에게 “사회 거부 의사를 즉각 철회하라”며 “국회의원 주호영이 방송4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이 국회부의장 주호영이 직무를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주 부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야권이 190석 의석을 앞세워 무제한 토론을 24시간마다 강제 중단시키는 것은 숙의민주주의와 합의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거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사회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민주당의 독주를 막을 방도가 없는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법안 처리를 지연하는 것과 함께 주 부의장의 사회 거부로 민주당 소속 의장단에 부담을 안기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주 부의장의 사회 거부로 우 의장과 이 부의장이 필리버스터 내내 3시간씩 교대로 사회를 보면서 체력적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날 장시간 필리터스터가 진행 중이던 본회의장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독서나 영어 공부를 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장면이 포착됐다.

방문진법 관련 세번째 필리버스터는 29일 오전 8시 이후 민주당 주도로 표결을 거친 뒤 강제 종료될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전 8시 방문진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이후 네번째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처리도 추진할 방침이다. 필리버스터와 토론 종결을 거쳐 30일 이후 방송 4법의 처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30일까지 필리버스터가 이어진다면 방송 4법 관련 필리버스터는 총 100시간을 넘기며 역대 두번째 장시간 필리버스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 4법이 처리된 뒤에는 또다른 쟁점 법안을 두고 여야가 대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 법안인 전국민 25만원 지원법(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처리를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각각 ‘현금살포법’과 ‘불법파업조장법’이라 부르며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