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소비자들 환불 시작했지만…손실 떠안은 금융권 ‘정산 지연 확산’ 우려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 이후 티몬·위메프 결제 취소를 막았던 전자결제대행(PG)사와 간편결제사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소비자 환불 절차를 28일 시작했다. 티몬으로 결제된 도서문화상품권 주문 취소도 일부 진행됐다. 그러나 티몬·위메프 대신 환불금을 먼저 내주게 된 PG사 등은 나머지 가맹점을 비롯해 금융권이 ‘정산 지연’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 환불이 진행되더라도 티몬과 위메프에서 결제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의 문제는 남아있다.
네이버페이, 토스페이, 카카오페이, NHN페이코 등 간편결제사들은 이날 오전 각사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티몬·위메프에서 결제한 뒤 상품·서비스 등을 제공받지 못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선환불 절차를 시작했다.
네이버페이는 결제·구매 화면 캡처를 첨부하면 48시간 이내 환불 처리가 가능하다고 안내했고, 토스는 자사 데이터로 신청자의 구매 내역 등을 확인해 환불금을 선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와 페이코는 티몬·위메프와 협력해 취소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신용카드 결제 건도 취소가 진행된다. 카드사의 결제 대행을 하는 PG사들도 일단은 오는 29일 오전부터 결제 취소 접수 창구를 연다. 토스페이먼츠는 29일 오전 8시부터 티몬·위메프 환불 관련 이의제기 신청을 받겠다고 공지했다. 다른 PG사들도 29일부터 본격적으로 결제 취소 접구 창구를 열 계획이다.
카드 결제건의 경우, 다만 ‘48시간’을 강조한 네이버페이처럼 빠른 처리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PG협회 관계자는 “여행 상품 등 소비자 피해가 명확하게 확인된 건은 즉각 처리하겠지만, 많은 경우 티몬·위메프와 협의를 통해 취소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PG·간편결제사들은 환불 절차를 진행할 때, 티몬·위메프 등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에서 환불금을 받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경우 티몬·위메프가 지급 불능에 빠지면서, PG·간편결제사들이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고자 먼저 환불 창구를 연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접수된 신청 건을 검토해 소비자 피해가 확인되면 먼저 환불금을 지불하고 차후 소송 등을 통해 티몬·위메프에게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10개 PG사 임원을 소집해 결제 취소를 하지 않으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G·간편결제사들의 선환불 규모가 각 업체의 지급 여력 등을 넘는 수준인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PG업계 등 금융권에서는 일단 결제 취소를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때 정산을 받지 못한 중소상공인의 피해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한 PG사 관계자는 “무조건적 환불·취소로 PG사마저 지급불능 상황에 빠지게 돼 134만 영세 가맹점을 포함해 이커머스 업계 전반으로 정산 지연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티몬은 KG이니시스, 나이스페이먼츠 등 PG사의 협조를 얻어 다음달 발송 예정이었던 도서문화상품권 선주문건 2만4600건을 취소처리했다고 밝혔다. 취소액은 모두 합쳐 108억원이다.
이에 정부는 범정부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김범석 1차관 주재로 29일 ‘위메프·티몬 판매대금 미정산 관련 관계부처 태스코포스(TF)’ 2차 회의를 개최한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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