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고문방지위가 한국에 보낸 권고 뜯어보니···‘국가폭력 피해자 구제’ ‘군대 내 학대 독립 조사’

김나연·이창준 기자 2024. 7. 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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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제6차 한국 국가보고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제6차 유엔 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 제공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지난 26일 발표한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사항 중에는 과거 시설수용 문제부터 군대 내 학대·사망사건 등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경향신문이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의 ‘제6차 한국 고문방지협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견해를 살펴봤더니 처음으로 국내 시설수용 피해자에 대한 구제 필요성을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문방지위원회는 유엔 고문방지협약 이행을 위해 설립된 기구로, 한국에 대한 심의는 2017년 이후 7년 만에 진행됐다. 고문방지위원회가 최종견해를 발표하면 정부는 이를 참고해 인권정책을 수립하고 다음 국가보고서에 개선 사항을 담아 제출한다.

구체적으로 고문방지위원회는 “과거 국가폭력 및 시설수용 피해자 중 극소수만이 구제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법 개정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진정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배·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군대 내 학대·사망 사건을 독립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권고도 했다. 고문방지위원회는 “자살을 포함한 군대 내 모든 사망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직접적인 가해자와 책임자에 대해 사법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에선 최근에도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육군 훈련병 얼차려 사망사건’ 등 군대 내 사망사건이 끊이지 않았는데 수사의 독립성, 책임자 처벌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고문방지위원회는 군대 내에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라는 권고도 내놨다. 해당 조항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는데,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동성 간 합의된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또 교도소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감자 1인당 최소 수용 면적이 국제기준(넬슨 만델라 규칙)에 부합하도록 관련 규칙을 개정하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법무시설 기준규칙’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용시설의 1인당 최소 수용면적은 2.58㎡로, 국제기준(1인당 5.4㎡)의 절반에 못 미친다.

고문방지위원회는 한국이 교제폭력 등 젠더폭력에 대한 형량이 관대한 편이라며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권고도 했다. 국내법상 교제폭력은 별도의 처벌법이 없고 반의사불벌 조항이 적용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내 난민 인정률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부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위원회가 ‘난민인정 심사절차 개선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이 추가된 것에 주목했다’고 알렸지만, 고문방지위원회는 난민 인정률이 낮고 난민 결정 절차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는 점 등에 대해 “우려스럽게 본다”고 명시했다. 난민에 대한 기본적 지원이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밖에 고문방지위원회는 지난 심의 이후 이행되지 않은 사항들을 재차 정부에 권고했다. 고문방지위원회는 2017년 심의에서 국내법에 고문의 정의를 명시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권고했으나 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강지윤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위원회의 권고사항이 직접적인 구속력은 없더라도 규범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권고를 거부하는 태도는 국제법과 인권조약의 취지에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 UN 검증대 오른 한국의 ‘시설수용’ 문제···정부는 형식적 답변만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7141619001


☞ 유엔 고문방지위, 한국정부에 사형제·국보법 찬양·고무죄 폐지 권고
     https://www.khan.co.kr/politics/defense-diplomacy/article/20240727000300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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