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도심 속 공원

2024. 7. 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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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19세기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가 공원 조성을 반대하는 여론을 향해 던진 말이다.

당시 총 3.41㎢에 달하는 도심 속 노른자위 땅에 빌딩 숲을 건설했을 때의 경제적 효율성 등을 이유로 공원 조성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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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19세기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가 공원 조성을 반대하는 여론을 향해 던진 말이다. 당시 총 3.41㎢에 달하는 도심 속 노른자위 땅에 빌딩 숲을 건설했을 때의 경제적 효율성 등을 이유로 공원 조성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었다.

또한 1859년 발표된 '센트럴파크 설명문'에서 옴스테드는 "공원의 주목적은 도시에 사는 부자와 가난한 자, 젊은이와 노인 등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건강한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까지만 해도 일부 특권층만의 사적인 공간이었던 공원을 일반 대중도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공복지의 영역으로 확대한 것이었다.

옴스테드의 철학은 센트럴파크가 1876년 완공됨으로써 비로소 현실로 실현된 듯하다. 현재 뉴욕 시민이라면 누구나 도심 속 자연경관을 즐기며 교류하는 공간인 동시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휴식처이자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뉴욕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고, 현대 도시공원의 시초로 평가받고 있다.

만일 그 자리에 공원이 아닌 초고층 빌딩이 들어섰다면 뉴욕의 현재 모습은 어땠을까? 150년 전보다 더욱 치열해진 경쟁사회에 과도한 스트레스로 신음하는 현대인들을 생각하면 센트럴파크가 없는 뉴욕의 풍경은 삭막한 회색빛 도시였을 듯싶다. 매일매일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도시민들에게 공원이 주는 유무형의 가치는, 이제는 값을 매길 수조차 없을 만큼 소중한 자산이 되어 있다.

옴스테드의 공원관(公園觀)은 이후 도시공원의 표본이 되어 전 세계 많은 도시들이 공원이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 공공성과 형평성 등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의 '스탠리파크'는 원시림을 그대로 보존하며 공원을 조성한 사례로, 대도시에서도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어 시민들의 자부심이 높다. 주택가 한 블록마다 공원이 있다는 미국 내 대표적 계획도시 중 하나인 '어바인'도 자연을 통한 힐링은 물론 지역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행복청이 건설 중인 '행복도시 세종' 또한 '도심 속 공원'을 넘어 '공원 속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센트럴파크의 11배 규모(약 38㎢)로 도시 면적의 52.6%에 걸쳐 펼쳐진 녹지와 공원들은 시민이 함께 교감하며 재충전할 수 있는 쉼터가 되고 있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국민 삶의 질' 조사에서 주거 환경 만족도 부문 전국 최고를 유지하는 것도 녹지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과학연구원은 2021년 "경제가 발전한 도시일수록 도심 속 녹지 공간이 시민의 행복에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도심 속 공원'을 형식적인 공간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핵심 가치(core value)'로 삼아야 할 듯싶다.

[김형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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