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군사협력 증진 위한 ‘협력각서’ 체결…제도화 단계 올라

곽희양 기자 2024. 7. 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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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방부 장관 등 한·미·일 3국 국방장관과 참모들이 28일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국방장관회의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일 국방부 장관이 28일 3국 안보협력 증진을 위한 협력각서(MOC)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3국 군사협력이 제도화 단계에 이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최고 수위의 3국 군사밀착을 통해 한국군은 북한의 위협을 견제하려고 하지만, 자칫 미·중 충돌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도쿄 방위성을 방문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대신과 함께 제1회 3국 국방장관 회의를 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이들은 회의 종료 후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라는 이름의 협력각서를 발표했다. 협력각서는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양해각서(MOU)보다 구체적인 협력을 위해 각국 정부 부처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한·미·일의 안보협력이 문서로 작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문서는 3국 국방장관 회의·합참의장 회의·안보 회의 등 고위급 회의를 정례적으로 연다는 내용을 담았다. 북한의 미사일 경보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있다. 또 ‘프리덤 에지’ 훈련 등을 포함한 3국 훈련을 정례적으로 시행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3국 장관은 프리덤 에지에 대해 “3국 간 상호운용성을 증진시키겠다는 공동의 결의를 반영한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상호운용성 증진’이란 표현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당시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준동맹국에 가까운 군사 협력이란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번 협력각서 체결로 3국의 군사협력이 제도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문서이지만, 법률적 기초를 확립해 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의 실체가 없다는 비판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협력각서 체결에 대해 “안보협력을 제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 개최와 협력각서 체결은 지난 6월 샹그릴라 대화의 후속조치다. 당시 3국 국방장관은 각 나라별로 돌아가면서 회의를 열자고 합의했다. 다음 회의는 한국에서 열린다. 지난 2월 한국 국방부가 3국 안보협력을 문서로 작성하자고 제안했고, 지난 6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해당 문서를 프레임워크로 명명한 뒤 연내에 작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3국 국방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러의 군사협력과 북한의 도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어떠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면서 중국 견제에 대한 입장을 같이했다.

역대 최고 수위의 한·미·일 군사협력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충돌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이날 협력각서의 구체적인 조문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해당 조문에 미국의 중국·러시아 견제와 관련된 내용이 담겼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3국이 확대 시행키로 한 프리덤 에지 역시 중국의 ‘반접근 지역거부’라는 군사전략에 대응키 위해 미국이 고안해 낸 성격이 짙다. 반접근 지역거부 전략은 미 항모전단의 중국 접근을 거부하고(반접근) 설사 미 항모전단이 중국 근해에 접근하더라도 끈질긴 소모전을 통해 스스로 물러나게 한다(지역거부)는 게 핵심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한국은 북한에 대한 견제를, 미국과 일본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우선시한다”며 “드러나지 않은 3국의 입장 차이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지난 11일 한·미 정상이 채택한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통해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를 강화해 갈 것을 재확인했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국군과 자위대간 교류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성 대신, 로이드 J.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부터)이 28일 일본에서 개최된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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