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 티메프 폭탄, 애먼 곳에 던지고…구영배는 꼬리 자르기?

하수민 기자 2024. 7. 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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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익스프레스' 대표 돌연 교체...핵심 계열사 대표 벗어난 구 대표, 책임 회피 지적
구영배 큐텐 대표/사진= 큐텐 제공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터진 티몬·위메프의 현금이 고갈되면서 두 업체의 파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주주인 큐텐그룹이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이 많다. 자칫 정부 압박으로 소비자와 영세 셀러(판매자)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나선 금융사들과 대형 셀러들만 '빚잔치'를 벌여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 대표 사임을 발표하면서 '꼬리 자리기'에 나선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카드사에 취소 요청하라" 공지 후 환불 접수 중단한 티메프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일부 피해자들이 남아 피해 금액 환불을 위해 직원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28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환불 조치가 중단됐다. 두 회사는 앞서 회사를 직접 찾아 온 고객들을 대상으로 현장 환불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자금 부족을 이유로 이를 중단했다.

이어 티몬·위메프는 홈페이지 배너에 사과 문구와 함께 "환불지연 해소 방안에 대해 안내드린다"며 "취소 환불을 원하는 고객은 신용카드사 고객센터로 연락해 취소요청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결제취소 신청 대상 카드는 롯데, 비씨,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NH농협카드다.

위메프는 지난 25일 기준 1500명, 티몬은 26일 기준 260명에 대한 환불을 마쳤다. 금융당국 요청을 받은 PG사와 간편결제사는 전면 중단했던 소비자 환불절차를 26일부터 재개했다.

소비자 환불은 사실상 PG사와 카드사에 떠넘긴 티몬과 위메프는 셀러들의 미정산 판매 대금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도 않고 있다. 사태 초기 위메프는 소비자 환불이 1순위이고 그 이후 셀러 정산 문제는 2순위라고 밝힌 바 있다. 셀러 미정산 대금 규모는 17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티몬과 위메프가 6~7월에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여 매출이 급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정산해야 할 판매대금은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큐익스프레스 대표서 갑자기 사임한 구영배...'애꿎은 빚잔치 우려' 고조
위메프·티몬 재무 현황/그래픽=김다나

큐텐그룹의 대주주인 구영배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진 이후 아직까지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사태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만 간접적으로 내놨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큐익스프레스는 지난 27일 구 대표의 최고경영자(CEO) 사임을 발표했다.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위시 등을 잇따라 인수한 큐텐그룹은 이들 이커머스의 물동량을 활용해 큐익스프레스의 몸집을 키운 후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목표였다. 이 때문에 티몬, 위메프 인수도 큐익스프레스 주식과의 교환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태 책임을 져야 할 구 대표가 갑작스럽게 큐익스프레스 CEO에서 물러나면서 '꼬리 자리기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특히 CEO 교체를 발표하면서 "큐텐그룹과 관계사의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의 비즈니스는 직접적 관련은 없으며, 그 영향도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그동안 전략적으로 티몬,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의 국내 물동량 비중은 낮추고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중심의 해외 물량을 전체의 약 90%로 높이며 글로벌 물류 플랫폼으로 도약했다"며 "앞으로도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장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티몬, 위메프와의 선긋기에 나선 셈이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를 실질적으로 경영해 왔지만 두 회사의 대표이사에도 이름을 올려놓지 않았다. 대표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이슈가 터졌을때 책임을 묻기 어렵다.

이 때문에 애꿎은 사람들의 '빚잔치'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개입으로 카드사, PG사, 대형 셀러들이 미정산 위험을 감수하고 소비자 환불과 주문 제품의 배송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티몬, 위메프가 파산을 선언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티메프 셀러들은 이번 사태가 계획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티메프가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6~7월 과도한 할인율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끌어 모았고 특히 현금 결제시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마케팅을 벌였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선 사태 해결을 위해 구 대표에 대한 출국 금지나 소환 조사 등이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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