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후회막심"→"질책 행복, 정신 바짝 차리자"..'스위트홈3' 이응복 감독의 반성과 만족 (종합)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뼈아픈 호불호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응복 감독은 "후회 막심"이라는 농담에 이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그의 마음이 '스위트홈3'를 보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3'(이응복 박소현 연출) 이응복 감독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인터뷰에 임했다. '스위트홈3'는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시즌1은 김칸비, 황영찬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탄탄한 세계관 속에 매력적인 캐릭터를 대거 출연시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단숨에 끌어올린 작품이다. 이어 공개된 시즌2와 시즌3는 원작을 확장한 오리지널 스토리로 새롭게 쓰여졌다.
이에 극강의 호불호가 갈렸고, 시즌2는 "기대 이하", 시즌3는 "전보다 낫다"는 등의 평가도 받았다. 5년이라는 대장정을 거치면서 이응복 감독이 스스로 만들어낸 '스위트홈'에 대한 관심도 상당했다. 이 감독은 "후회는 많이 하게 되더라.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주요 스태프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이쯤에서 그만둬도 되지 않을까'라는 말을 했었다. 너무 두려웠던 것 같다. 제작발표회에서는 그 친구들의 얼굴이 보여서 '후회막심'이라는 말씀을 드렸었다. 내적인 고백이었다. 두려움 속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조용히 해보고 끝내자'는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시즌1 이후 시즌2, 시즌3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시즌1에 대한 시청자들의 막강한 사랑 덕이었다. 이응복 감독은 "그때는 뭔가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성과 같은 것이었는데, 생각보다도 많은 사랑을 주셔서 시즌2, 시즌3까지 같이 제작을 할 수 있게 됐던 것 같다.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한국에서는 '크리처'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마이너한 장르고 소개된 적이 없거나 시도가 됐어도 힘든 부분이 많기에 결과적으로는 안 좋은 경험을 쌓는 경우가 많았기에 (성공이) 나름 신기했고 고맙게 생각했다. 시즌2와 시즌3를 하는 과정에서는 '시청자 분들에게 어떻게 보답하고 나아가는 게 나을지'에 대해 일을 저지르게 된 것 같다. 여러가지 시행착오도 있었고, 고민하면서 만든 결과물이 공개가 됐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얘기를 들어보니 크리처물이 많이 기획되고 있더라. 다른 창작자 분들께도 저희 '스위트홈'의 공과 과가 둘 다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성과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반응은 다소 싸늘했다.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 오는 이유는 그만큼 시즌1의 감성을 사랑했던 시청자들이 많았기 때문. 오리지널 세계관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입힌 시즌2와 시즌3에 대해 시청자들은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감독은 "시즌2에서 풀지 못했던 미스터리 매듭을 잘 풀자는 생각뿐이었다. VFX 부분에서 시즌2도 많은 스태프들이 열심히 해줘서 만족할 결과가 나왔다고 봤는데, 시즌3는 다르더라. 그래서 평균값을 잘 도출해낼 수 있도록 여러 테스트를 해냈고, CG 티가 안 나고 캐릭터가 잘 드러나게끔 최선을 다해서 완성했다. 시청자 분들은 반응을 통해 부담감을 많이 주시더라. 그렇게 많은 분들이 '스위트홈'을 사랑하시는지 몰랐다. 부담감도 가지지만, 행복한 질책이었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특히 시청자들이 실망했던 지점은 시즌1에서 사랑받았던 주인공들의 허무한 죽음이나 분량 실종. 새로운 인물들이 시즌2를 가득 채웠던 것은 맞지만, 시즌1의 주인공들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이 감독은 "시즌1에 이어서 보신 분들은 시즌1의 인물들을 더 궁금해하셔서 그런 인상을 받은 듯하다. 연기 잘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 예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저로서는 필연적인 과정이었고, 이야기 흐름에 있어서 충분한 역할들을 해냈다고 본다. 현수(송강)나 은혁(이도현), 상욱(이진욱)은 사람이 아니잖나. '사람'의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원작 세계관에 '엽총 소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김칸비 작가의 프리퀄인데, 시즌2와 시즌3를 잘 따라가며 천천히 보신다면 흩어진 게 아니라 잘 연결이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세계관을 잘 녹이려는 과정에서 확장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응복 감독은 공개에 앞서 진행됐던 제작발표회에서 시즌3를 예고하며 "송강과 이도현이 많이 나온다"는 귀띔을 한 바 있다. 시즌1의 중심이었던 두 캐릭터가 다시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기대를 돋운 것. 이응복 감독은 "배우들이 현장에 와서 찍은 것을 최대한 넣었다. 3년, 4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만나니 되게 성숙해지고 팽팽한 긴장감을 줘서 보기가 좋았다. 너무 멋있었다. 다시 커서 만난 흑화된 현수와 신인류 은혁의 느낌이라 훨씬 좋았다"면서 "두 배우 다 드라마를 대하는 자세가 엄청나게 달라졌다. 다들 많은 편수의 작품을 찍고 왔기에 디렉팅을 하지 않아도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잘 해냈던 것 같다. 다시 볼 수 없는 조합이라고 하는데, 다시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시종일관 질타에 대해 수용하고 성장하겠다고 했던 이응복 감독은 '스핀오프'에 대한 생각도 언급했다. 그는 "만약에 스핀오프를 만들 수 있다면, 시즌2와 시즌3에 보여지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쉬운 부분은 늘 있고, 실제로 분량을 썼다가 지운 것도 있다. 버전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은혁이 신인류가 처음 됐을 때 사람들의 공격을 받은 이야기도 있고, 그걸 발견하는 현수의 이야기도 있다. 현수가 은유를 도와주려는 과정에서 얽히는 이야기나 잠적했다가 나타나는 부분들도 있었다"고 귀띔해 아쉬움을 더했다. 이 같은 장면을 통해 개연성을 추가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과감히 포기한 연유에 대해서는 들을 수 없었다.
극강의 호불호가 갈리는 중에도 국내외 성적은 선전 중이다. 21일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몰디브,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등 9개국에서 1위에 올라 여전한 팬심을 증명했다. 이응복 감독은 "아쉬움은 있지만, 저는 만족한다"는 마지막 소감을 내놨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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