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인정’ 빠진 일본 사도광산 문화유산 등재…“강제동원 역사 명시됐어야”

김송이 기자 2024. 7. 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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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 출구에 28일 세계문화유산 결정을 자축하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강제동원됐던 일본 사도광산이 지난 27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두고 “외교 실패”라는 시민사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이 ‘강제동원’을 명시하지 않았는데도 한국 정부가 등재에 찬성하면서 일본의 역사 부정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일본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앞서 약속한 전시물 설치나 추도식 진행도 형식적 약속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28일 통화에서 “이번 일본 측 발언과 보도자료를 보면 ‘강제동원’이라는 표현 대신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이는 2018년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이후 당시 아베 총리가 강제성을 희석하기 위해 만들어냈던 표현인데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일본의 역사 부정을 용인한 꼴”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사도광산 인근에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전시물을 설치하고 향후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기리는 추도식을 매년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설치된 전시물에는 “전시에 국가총동원법, 국민징용령 및 기타 관련 조치들이 한반도에서 시행됐다. 초기에는 조선총독부의 관여하에 ‘모집’, ‘관 알선’이 순차적으로 시행됐고, 1944년 9월부터는 ‘징용’이 시행돼 노동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작업이 부여되고 위반자는 수감되거나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적혔다. 그러나 전시 공간에 ‘강제동원’이 명시되진 않았으며, 세계유산 등재 이후 일본 고위급 인사들의 발언에도 강제동원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소장은 “한국 대법원 판결은 강제동원 피해가 불법적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니 배상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일본은 ‘징용’이 합법적인 법체계 안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며 “강제동원이라는 용어가 그래서 중요한 것인데 (사도광산 등재는) 일본의 입장을 우리가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 소장은 “우리 정부가 안이했다”며 “여러 현안에서 한일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왜 우리만 일방적으로 일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전시장 내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연합뉴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소장은 “일본이 ‘조선총독부가 모집 및 알선에 관여했다’고 쓴 것은 일본으로선 상당히 양보한 부분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이라는 용어를 교과서 등에서도 쓰지 않는 등 역사 인식에 대한 외교적 전략을 갖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이런 전략에 동조해준 셈이기 때문에 대단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소장은 “군함도 내용을 전시한 도쿄의 산업유산 전시관에선 (강제동원을) 부정하거나 조선인들이 가혹한 조건에 있었다는 것을 자료집에 넣지도 않았다”며 “군함도 때와 달리 사도광산 전시관에선 (강제동원 역사가) 실질적으로 설명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소장은 “우리 정부가 일본이 군함도에 대해서도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기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계속 요구해야만 사도광산에서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렇지 않고선 한일 관계에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기는커녕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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