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6명, 태풍 뚫고 폭염 견디며 정시 출근

직장인 15.9%, 자연재해로 인한 지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경험
“기후 유급휴가 제도 신설 등 실질적 제도와 법령 마련 필요”

(시사저널=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비가 내린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태풍, 폭염 등 자연재해에도 정시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31일부터 6월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른 '자연재해 상황 출근 경험'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진행 결과 직장인의 61.4%는 태풍, 폭염, 폭설, 지진 등의 자연재해 상황에서도 평소와 같이 정시 출퇴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직장인의 15.9%는 자연재해 상황에서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을 겪거나 동료가 경험한 것으로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자연재해 발생 상황과 관련한 결근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에 따르면,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 등에 따른 휴업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적시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태풍이나 호우주의보 발생 상황에서 출퇴근 시간의 조정 및 유급 휴무 등에 관한 부분은 개별 사업장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 내규나 사업주의 재량에 의해 결정된다.

직장갑질119는 "자연재해 발생 관련 별도의 근로 규정이 없어 정부 권고가 나온 상황에서도 정시 출퇴근을 요구받는 직장인들은 개인 휴식 시간과 안전을 포기하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의 재택근무 권고 등은 말 그대로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해 앞선 설문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권고를 무시하고 정시 출근을 강요하는 사업주가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연재해 시 사용자가 무급 휴가를 강요한다는 피해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기후 변화로 매해 폭염, 폭우 등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으나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위태로운 출근을 계속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변화하는 환경에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기후 유급휴가 제도 신설 등 실질적인 제도와 법령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