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단 첫 金은 오상욱의 몫…‘어펜져스’는 계속된다 [여기는 파리]

오상욱이 28일(한국시간) 그랑팔레에서 벌어진 파레스 페르자니와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15-11로 이긴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한국펜싱 사상 첫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이다. 파리｜뉴시스

‘어펜져스’의 리더 오상욱(28·대전광역시청·세계랭킹 4위)이 한국 선수단의 2024파리올림픽 첫 금메달을 신고했다.

오상욱은 28일(한국시간)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14위)와 대회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15-11로 이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초반 사격과 수영에서 잇달아 메달을 수확한 한국 선수단은 오상욱이 금맥을 캐내면서 목표인 ‘금메달 5개 이상, 종합순위 15위 이내’ 전망을 밝게 만들었다.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첫 금메달로 상징성이 클 뿐만 아니라, 한국펜싱의 올림픽 도전사에서도 의미가 몹시 크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20도쿄올림픽에서 김정환이 수확한 동메달을 넘어선 남자 사브르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아울러 201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 2023년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2019년 일본 지바 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24년 쿠웨이트시티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을 모두 석권했던 오상욱이 이번 금메달로 ‘그랜드슬램’에 방점도 찍었다.

오상욱(가운데)이 28일(한국시간) 그랑팔레에서 벌어진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 올라 은메달리스트 파레스 페르자니(왼쪽), 동메달리스트 루이지 사밀리와 메달을 깨무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이제 그의 남은 목표는 31일 열릴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3연패를 달성하는 것이다. 파리｜뉴시스

결과만 보면 순조로운 우승 스토리지만, 금메달을 향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올해 초 손목을 다쳐 잠시 칼을 내려놓았고,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손목과 발목 통증에 시달렸다. 3년 전 2020도쿄올림픽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2연패를 합작한 ‘어펜져스’ 멤버 구본길(36·국민체육진흥공단·22위), 김정환, 김준호 중 김정환과 김준호가 떠나고 신예 박상원(24·대전광역시청·34위)과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85위)이 합류해 베테랑 역할까지 해내야 했다.

그러나 오상욱은 부상과 부담감을 멋지게 떨쳐냈다. 개인전에 함께 나선 구본길이 32강, 박상원이 16강에서 고배를 마심에 따라 8강부터는 외롭게 토너먼트를 치러야 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해졌다. 동료들의 몫까지 최선을 다한 그가 8강, 4강, 결승에서 잇달아 파레스 아르파(캐나다·35위·15-13 승)~루이지 사밀리(이탈리아·6위·15-5 승)~페르자니를 이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펜싱의 역사를 새로 썼지만, 아직 단체전이 남아있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 3연패를 파리올림픽 목표로 삼은 ‘어펜져스’는 31일 다시 칼을 잡는다. 2012런던올림픽과 2020도쿄올림픽의 영광을 파리에서 재현하겠다고 다짐한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종목별 로테이션 원칙에 따라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오상욱은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매 경기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접전이 이어졌지만, 벤치에서 원우영 코치님이 격려해주신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개인전 금메달은 당연히 기쁘지만, 단체전 3연패까지 달성한 뒤 마음 편하게 쉬겠다. ‘홀로서기’인 개인전과 달리 단체전은 동료들과 함께 목표를 이룰 수 있어 더 재밌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리｜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